나만이 없는 거리 Another Record: 소름돋는 완결편 Books

이 책은 작가 산베 케이님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나만이 없는 거리'의 스핀오프 소설로서 본 블로그에서도 리뷰했던 소설 '소녀 키네마'의 작가 나노마에 하지메 님께서 글을 담당해주셨습니다. '원작의 심층심리에 다가서는 감동과 충격의 마지막을 경험하라!', '원작을 읽었다면 이 소설을 놓치지 마라!' 등의 어구가 책 띠지에 적혀있습니다. 보통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으니 그러려니하고 읽었습니다만 다 읽은 지금은 저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소름 돋는 마무리를 통해 스핀오프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시리즈의 완결편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원작의 이야기가 끝나고 2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연쇄 유아 유괴 살인사건의 진범은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지만, 그의 수기가 발견됨과 함께 심리상실자의 불처벌로 인한 무죄 판결이 내려지고 맙니다. 검찰은 곧바로 상고하였지만 범인은 어째서인지 무죄판결을 받아낸 변호사를 해고하고 국선변호사 선임을 의뢰하고, 여기에 코바야시 켄야가 지명됩니다.


책의 구성은 발견된 범인 '야시로 가쿠'의 수기 내용과 코바야시 켄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수기 내용은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켄야의 이야기도 '어째서 천하의 악당 야시로의 변호를 수락하였는가?'라는 본인도 궁금해하는 질문을 독자가 함께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지만 역시 과거를 돌이켜보거나 수기의 내용을 쫓는 것으로 많이 채워져 있어 전개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밝혀지는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저는 어리석었습니다. 진짜 바보란 스스로를 바보라고 의심해본 적 없는자- 그렇게 규정하고 있던 제 자신이 바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제가 잃어버린 것을 가지러 가주는 인간은 과연 어떤 인간일까. 친절? 오지랖? 또는 성인이나 할 수 있는 소업?"
슬쩍 방청석에 눈길을 주자, 후지누마 사토루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단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야시로의 등을 쳐다보고 있었다.
반면에 야시로 가쿠는 한 번도 방청석을 돌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자신의 숙적이자 동지이자 또 하나의 '의지'를 체현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서 있었다.
"아니, 그런 경박한 단어들보다 먼저 나와야 하는 필요 불가결한 개념이 있습니다."

"그것은 커다란 용기입니다."

"도저히, 당장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용기입니다."
수기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스파이스'라는 존재 때문에 야시로는 심신상실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변호인으로서 그리고 사건에 연루된 한 사람으로서 켄야가 '스파이스'의 의미를 알아내는 것이 책 전체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를 비롯해 원작을 읽었던 독자들은 '스파이스'는 야시로가 어렸을 적에 키웠던 햄스터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후지누마 사토루였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기에서는 햄스터이자, 후지누마 사토루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무엇이기도 하였기에 그 정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작가 나노마에 하지메 님은 '스파이스'의 개념을 확장하여 '용기'라는 이름을 부여합니다.

원작에서 후지누마 사토루에게 패배한 야시로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났을까? 원작에서 보여준 야시로의 마지막 모습은 마치 '게임에서 졌으니, 나의 패배다. 모든 승리의 영광을 너에게 넘기마'같은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파이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사건이 끝난 뒤에 있을 '야시로의 깨달음'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후지누마 사토루를 자신이 잃어버려 일탈하게 만든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몇 번이고 미래에서 돌아와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해주는 '커다란 용기'로서 인식하고 이를 고백하는 장면. 그리고 그 용기와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당당히 사형 선고를 받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작가님은 '스파이스'의 재해석에 그치지 않고 이를 '나만이 없는 거리'라는 제목의 재해석으로 연결합니다. 전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벼락이라도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께서는 원작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마침표'를 찍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이 '나만이 없는 거리'라는 작품의 진정한 완결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원작을 읽어보신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중 야시로가 켄야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에서 인용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글을 최근에 읽게 된 것도 마치 이 책을 읽기 위한 운명의 인도였다고 느껴질 정도로 감동했습니다. 이런 멋진 소설을 써주신 니노마에 하지메 님, 그리고 이 시리즈를 태어나게 해주었던 원작자 산베 케이님, 마지막으로 스핀오프 소설임에도 국내에 출판해주신 소미미디어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어."
...
"하지만- 그곳에 나만이 없었어."

노인과 바다: 인간의 고독한 싸움 Books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자, 1953년 퓰리처상,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노인과 바다'를 교보문고 이벤트 때 구매한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미니북'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이름은 익히 들어왔습니다만 부끄럽게도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본 책에 담긴 이야기의 절반은 노인 혼자 550m 청새치를 잡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이고, 나머지 절반은 노인이 잡은 청새치를 노리는 상어들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단지 이뿐인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작으로 남은 것이 놀랍습니다. 심플한 이야기로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이끌어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업적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네요.

노인은 이틀밤을 새워가며 청새치를 잡기 위해 애쓰는 한편으로 홀로 바다에 나가 인간이 아닌 것들을 친구나 동료, 적이라 부르고, 이들에게 말을 걸거나 혼잣말을 합니다. 더해 계속 다른 배를 타게 된 '그 아이'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이 작품은 치열한 삶을 사는 불굴의 인간상,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고독함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노인의 고독한 싸움이 앞에서 말했던 인간의 모습들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청새치와의 싸움에서는 승리했지만 상어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부분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지.
그는 과연 마지막까지 패배하지 않은 존재로 남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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