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그리스어 원전 번역 Books

읽게 된 계기는 아마도 이 곳 이글루스 도서 밸리의 후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제대로 된 서사시를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고, 그리스 신들이 날뛰는 이야기도 좋아하니 한번이라는 가벼운 마음에 카트에 넣고 주문했는데, 도착한 책의 볼륨을 보고 조금 쫄았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난 뒤 느낀 점은 "오뒷세우스 이 자식...몹쓸 놈이네..."였습니다.


오뒷세우스는 전쟁 후 귀향 중 포세이돈의 아들의 눈을 멀게 하여 바다의 신에게 분노를 샀을 뿐 아니라, 겨우 얻은 세컨드 찬스까지 부하들이 날려먹어 갖은 고생을 하다가 몇 년만에 겨우 귀향에 성공하여, 그간 집안을 말아먹고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쳐죽이고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뒷세우스라는 인간이 얼마나 잘났는지, 가는 곳마다 역경에서 이기고 나면 여자와 동침합니다. 아내는 고향에서 수많은 구혼자들에게서 자신을 지키고 남편을 생각하느라 눈물로 배갯잇을 적시고 있는데...물론 어쩔 수 없는 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참 그렇지요. 그뿐 아니라 이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을 보면 참으로 이기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내가 옳다"가 전제로 깔려있어, 자신에게 거역하는 자들에게는 그자리에서 족치거나 겨우겨우 참아내거나 합니다. 

세컨드 찬스에서 부하들이 모조리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실제로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그들에 대한 이해와 자비를 구하기는 커녕 신들에게 고자질하고 혼자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역경 때문인지 누구하나 믿지를 못합니다. 귀향에 성공했을 때 모든 하인들에게는 물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친아버지에게 조차도 처음에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접근 후 그들의 마음을 시험합니다. 그럴만하다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마지막에 모든 구혼자들을 때려죽이고 친아버지를 찾았을 때조차 시험할지 말지 고민 후 결국 시험하는 모습을 보고 이놈은 이제 글러먹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감정적으로 접하지 말고 좀더 냉정하게 읽어보면, 오뒷세우스는 무척 현실적인 인간으로 책임감도 있고 버리고 취해야할 것을 정확히 알며, 매사 냉정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진행하는 인간입니다. 그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때로 너무 냉정해져 다크사이드로 빠지기도 하는 성장형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책이나 영화 속의 주인공들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무척 오래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기 지루하여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리아스>가 <오뒷세이아>보다 앞의 이야기라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그쪽도 읽어보고 싶군요. 뒷쪽 해설을 보면 그곳에 등장하는 쥔공 아킬레스는 오뒷세우스보다 더 격정적이고 답 없는 인간이라는 것 같은데...제 속의 아킬레스는 브래드 피트(영화 트로이)라서, 또 새로운 읽는 맛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덧글

  • oren 2014/09/12 15:52 # 삭제 답글

    오뒷세우스의 모험 이야기를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군요. 저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고대 그리스 비극 작품들을 읽다 보면 오뒷세우스가 너무나 영악하고 교활하여 '시쉬포스의 아들 교활한 오뒷세우스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표현들이 많이 나오던데, 님의 리뷰를 읽으니 그런 표현들이 훨씬 더 수긍이 가기도 하네요.

    암튼 저도 오늘 이 책을 읽고 '기나긴 리뷰' 하나 올렸답니다. ㅎㅎ
    (제가 쓴 서평글은 ☞ http://blog.aladin.co.kr/oren/7137169)
  • LionHeart 2014/09/12 17:18 #

    어찌나 매사 계산하고 사는지...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친해질 수는 없는 타입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던 인물이었습니다. ^^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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