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Books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2012 최고의 책', 미국 아마존 '올해의 책' (2012), <퍼블리셔스 위클리> '에디터스 픽'에 선정되었었다.

하루에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 있나 이글루스의 독서 밸리를 방문하는 중 발견한 책이다. 기묘하면서 어딘가 독특한 느낌을 주는 표지 디자인과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라는 흥미로운 제목은 내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책 뒷면의 소개를 보면 "흥미진진하고 아슬아슬하고 비극적인 DNA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라고 되어있어 그 이상 정보를 읽어보지 않고 바로 구매했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느낀 것은 당혹감이었다. 앞에서 느꼈던 인상때문에 이 책이 DNA가 얽힌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 소설과 같은 창작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순수한 정보를 흥미로운 사건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책이었다. 예를 들면, 인류가 멸종할 뻔했던 사연,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에 시달린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이야기(이 책의 제목이 된 에피소드), 꼬리가 달린 채 태어난 아이의 유전 질환, 존 F. 케네디의 구릿빛 피부가 지닌 비밀, 일본의 원폭을 두 번이나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DNA에 얽힌 이야기를 접하는데에는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10년 더 젊었을 때, 지금 보다는 시야와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고 있던 그 나이에 읽었더라면, 눈을 빛내며 메모하고 정리하며 읽었을지도 모를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에게는 이 방대한 양의 정보들은 때로는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다. 반양장본으로 508페이지에 이르는 지면이 DNA에 대한 정보들로 빽빽히 채워져 있기 때문에, 그쪽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상당한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출퇴근을 하며 읽는 책 - 본 블로그의 주인은 집중해서 읽고 싶은 것은 주말에 단숨에, 그렇지 않은 것은 출퇴근하며 나눠서 읽는다 -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백곰의 간을 먹으면 피부가 벗겨져 나가는 병에 걸린다는 것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가지 이 책을 읽어 안심하게 된 점은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DNA 결정설을 입증하기에는 아직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 밝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후성유전학에서는 탄생 이후의 환경과 경험이 DNA에 반영되어 다음 세대로 유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는 영화 <가타카> 처럼 DNA를 통해 인간의 가치와 미래를 결정한다는 결정론적 미래가 아직은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스에 나오는 혹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위인과 같이 뛰어난 능력, 선택받은 자와 같은 타이틀을 달기에는 아직 부족한 범인 중 한 사람으로서 "절대 불가능"이 아닌 "아직 부족하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에서 인간의 가치는 DNA로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주장했을지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겠지만)


다시한번 말하지만 본 책은 소설이 아니라 DNA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이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책의 표지와 제목만을 보고 나와 동일한 착각을 하였기 때문에 다시 한번 언급한다. DNA에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마 읽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도 DNA는 앞으로 생물의 신비를 밝히는데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므로 상식선에서(조금은 무거울지 몰라도) 한번 쯤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고양이 톡소포자충에 대한 글을 옮기면서 글을 마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에 이 글이 그들에게 관심을 끌기를 바란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 무리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고양이 배설물을 다룰 때 피부를 통해 톡소포자충에 감염되곤 하는데, 우리 몸속에 이 기생충이 침입하면 곧장 뇌로 헤엄쳐가 아주 작은 낭종을 만든다. 그리고 이 톡소포자충은 우리 뇌에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들어서 고양이 오줌 냄새를 좋은 냄새로 생각하게 만드는 등 인간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생물이 우리의 감정과 내면의 정신적 삶을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톡소포자충은 그럴 수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포유류와 함께 공진화하면서 톡소포자충은 도파민 생산 유전자를 훔쳤고, 그 이후로 그 유전자는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 아주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 즐거운 느낌을 증가시키고, 고양이에 대한 자연적 두려움을 완화시킴으로써. 톡소포자충이 뇌에서 다른 두려움 신호(고양이와 관련이 없는 신호)도 변화시킬 수 있고, 그러한 자극을 무아지경의 즐거움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일화적 증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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