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기담 Books

<관 살인사건> 시리즈와 <어나더>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호러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95년에 발표된 비교적 초창기 작품으로, <어나더>와 같이 추리와 호러가 결합된 최근 작품들과는 달리 추리요소가 없는 순수 호러 소설이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으며, "안구기담"은 그 중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마지막 에피소드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이야기에 "유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관련된다. 작가가 단순히 "유이"라는 이름을 한국 교과서 속의 "철수"나 "홍길동"처럼 이야기 속 주요 여성 인물을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나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찾지 못했다.

호러 소설에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으나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야기가 잘 정리되고, 완결되었다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 때 이용하기도 쉬운 내용들이라고 생각한다. 

각 단편에서 느낀점, 인상 깊었던 점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재생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이야기 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특별요리" 이야기와 함께 가장 임팩트있게 느껴진 에피소드다. 

사랑하는 아내 유이는 자신의 신체에 결손이 발생하면 금새 재생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중학생 때 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괴로운 기억이 있다. 어느날 유이는 뇌에 병이 생겨 젊은 나이에 치메에 걸리고 여명이 얼마 남지 않게 된다. 게다가 남편이 알고 싶지 않았던 괴로운 사실마저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런 그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교수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녀가 가진 괴로운 과거, 그리고 결혼한 이유였다. 결혼한 이유가 사실인지 아니면 괴롭고 죽고 싶어서 내뱉은 허언인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 말로 인해 둘다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여성이 고통 받고 망가지는 모습은 역시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 읽기 거북했던 면이 있다.
이야기의 결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별로 놀랍지 않았고, 오히려 이 뒤에 교수가 좀더 제대로 파괴할지, 아니면 더이상의 파괴를 멈추고 죽음을 기다릴지 궁금했다.


요부코 연못의 괴어
예상외의 결말이었던 작품. 나는 괴어가 인간이 될줄 알았는데, 어째서 새가 되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특별 요리
"재생"과 함께 인상깊었던 이야기. 기생충 부터 사람까지 요리하는 특별요리 집에 대한 이야기다. 생리적인 혐오감이 일단 올라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포인트.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아기를 가지자는 부분이 정말 섬뜩했다.
아마 그것이 S코스가 되는 것은 아닐지...


생일 선물
별로 재미없었다. 정신분열인 것인지...어딘가 이상한 여자의 이야기.


철교
마찬가지로 너무 흔하고 밋밋했던 이야기. "생일선물"보다는 이야기로서 성립하지만, 초등학생에게나 먹힐 법한 호러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인형
주인공 설정이 마치 작가 본인을 표현하는 것 같아, 이 이야기는 호러 소설보다는 작가의 심상세계를 옮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중의 주인공은 직업이 작가고, 아내 역시 작가로서, 작가 오노 후유미를 아내로 두고 있는 작가 본인의 설정과 유사하다.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는 무력함에 빠지거나,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나를 죽이고, 또다른 내가 나를 대신하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안구기담
책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당받고 있는 에피소드이지만, 내용으로는 사실 임팩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째서 "유이"에게 이 이야기를 보냈고, "혼자서" 읽기를 바랬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일종의 저주인가? 그렇다면 이야기를 읽고 느낀 무언가는 저주에 의해서인가 아니면 단순히 으스스한 느낌에서 비롯된 것인가? 
어째서 유이의 눈은 치유되었는가? 이야기꾼의 아버지의 눈과 관련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야기꾼의 눈이 아름다웠던 할머니와 무대가 되는 저택의 관계는?

이처럼 몇가지 의문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흔한 "무서운 이야기"들과 다를바가 없어 특별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무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호러 소설을 찾는 분들께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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