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재미있었지만 개운치않네... Books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후로 두 번째다. 그리고 이번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를 읽고 그의 책은 나에게는 조금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는 교토의 대학생인 주인공이 겪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은 주인공이 대학 입학식 때 고민했던 부활동인 영화 동아리 "계", 누군가의 "제자",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 비밀 기관 "복묘반점"을 선택한 각각의 루트를 그리고 있다. 어느 루트의 이야기이든 주인공은 오즈라고 불리는 요괴 누라리횬을 닮은 말썽만 일으키는 인물과 친구로 지내고, 그가 지내는 하숙집 시모가모 유스이장의 이웃 히구치, 히구치, 미녀 치위생사인 하누키, 점쟁이 노인, 그리고 매번 역할은 조금씩 바뀌지만 선배 조가사키와 아이즈마, 영원한 히로인 아카시와 만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묘하기 그지 없다. 모든 이야기가 평행세계처럼 서로 독립되어 진행되며 4장에서 등장한 다다미 넉 장 반의 무한세계는 이 모든 평행세계를 연결한 통로와도 같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찰떡곰"의 인과관계가 연결되며 마치 독립된 것이 아닌 전지전능한 누군가에 의해 조정된 하나의 이야기로 보인다. 순서상으로는 아카시군이 작은 다리에서 잃어버린 찰떡곰을 주인공이 소지하고 있다가 이를 깨끗이 하기 위해 세탁기에 넣는다. 그리고 전지전능한 누군가에 의해 세탁기 안에 들어간 물건은 3장의 세탁기와 뒤바뀌며 3장의 주인공 속옷은 4장의 주인공에게, 4장의 찰떡곰은 3장의 주인공에게 전달된다. 3장의 찰떡곰은 주인공에게서 오즈의 손으로 넘어가며 히구치의 어둠전골 재료로 들어가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여기서 2장으로 찰떡곰이 점프하여, 2장의 어둠전골 파티에서 히구치의 손에서 그리고 다시 치위생사 하누키에게 전달되었다가 다리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이 찰떡곰은 다시 세계를 점프하여 1장에서 가모 대교 밑으로 떨어진 오즈의 손에서 주인공에게로 그리고 다시 본래의 주인인 아카시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찰떡곰이 세계를 여행한 것일까? 아니면 세계를 넘나든 찰떡곰을 옮긴 오즈가 전지전능한 무언가일까?

결국 기묘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나하고는 다소 맞지 않았다. 나 역시 미스테리를 좋아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추리소설이나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하듯 인과관계가 맞고 끝이 확실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론 호러소설도 좋아하여 정체 불명의 무언가에게 휘둘리는 이야기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유령, 귀신, 요괴는 앞에서 말했듯이 "정체불명의 무언가"로 많은 사람에 의해 정의된 원인이기에 납득한다. 하지만 모리미 도미히코의 이야기는 작가가 정의한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납득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그저 알 수 없는 뒤죽박죽의 정신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작가의 세계를 받아들이면 이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비추어지는 한편으로, 세계를 소화하는데 실패할 경우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 역시 나름 재미있게 읽었으니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는 했으나 나의 바탕이 바탕인터라 역시 소화불량에 빠져 본래의 재미에 흠뻑 빠져드는데에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의 문체를 살리는 일본어 원어로 읽지 않고 손실변환된 번역본으로 읽은 것이 탓일 수도 있으나, 내 생각에는 단순히 작가의 글과 내 취향이 맞물리지 않아서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게다가 4번이나 반복되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는 주인공의 본질과 친우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아 동일한 묘사가 4번이나 반복된다. 따라서 3장 즈음 갔을 때는 다소 지루한 감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은 이야기 구조 상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이야기는 나름 재미있었고,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보다는 잘 정리되었으며, 청춘때 고민하였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쯤 나는..."이라는 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1장부터 3장까지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4장에서의 주인공은 자신의 다른 선택을 한 인생에서의 다다미 넉 장 반을 80일간 일주한 끝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깨우침(?)을 얻고, 다른 루트에서는 받기만 했던 사랑(?)을 베푸는 도량 넓은 인물로 성장한다.

결국 인생이란 어떤 선택을 하든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임을 이 책은 시사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앞의 1-3장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4장의 주인공은 다다미 넉 장 반의 유스이장에서 여섯장의 방으로 이사하고, 사랑을 베푸는 인물로 변하며 가장 큰 결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어떤 것을 느낄 지는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선택의 결과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고, 인생의 분기점과 같은 선택도 중요할 수 있지만 선택을 하는 자신의 태도, 성장, 가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밖에도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후회하는 주인공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름 즐기는 오즈의 차이, 그리고 마지막 4장 주인공의 선택에서 보여주는 깨달음과 오즈와 뒤바뀐 대사 속에서 둘의 관계를 흥미롭게 분석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럴만큼 이 책에 대한 애정이 깊진 않았다.


본 이야기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인지, 아니면 작가 본인이 인기를 끌었던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송되었다. 총 11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림은 최근 방송 중인 세련된 것과는 달리 단순하게 특징을 살린 복고풍의 느낌이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개인적으로 소설보다는 코믹스가 접하기 쉬웠는데 본 작품도 그러한지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갔다.

이 밖에도 동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국내에도 정발되고 소설이 아닌 다른 미디어로도 제작되어 작가의 인기를 알 수 있는데, 다른 작품도 읽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마 달리 읽을 책이 없으면 잡을 정도로 내려간 것은 확실하다. 
작가의 글은 독특한 세계관과 문체로 일본에서도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다시 말하지만 나 역시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그의 글은 나의 취향과 맞지는 않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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