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일본 특유의 축축하고 기분나쁜 느낌이 담긴 책 Books

공간이 없어 "일본 특유의"라고 적었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일본 호러 특유의"라고 할 수 있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일본의 호러는 어딘가 축축하고 습한, 때로는 질척질척한 기분나쁨을 동반한다. 이 책 역시 그러한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소재(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여성)까지 더해져서 더욱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본 블로그에 방문해주신 방문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데, 사실 처음 추천 받은 것은 <백귀야행>이었다. 추천을 받았기에 아무 생각없이 집어 첫 장을 읽어보니 어딘가 느낌이 이상했다. 프롤로그가 마치 에필로그 같은 느낌이랄까? 지난 이야기의 계속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 것이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글을 배치한 글도 있지만, 최근에 노자키 마도 작가의 시리즈에서도 책의 순서 때문에 낭패를 보았던 기억이 나서 바로 조사해보았다. 그랬더니 백귀야행은 "교고쿠도 시리즈", "백귀야행 시리즈"라고 불리며, <백귀야행>은 시리즈의 5번째 출판작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낭패를 보았구나 싶어서 서둘러 그 앞의 책들을 주문하였고, 해당 시리즈의 첫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우부메의 여름>이다.


작품의 배경은 전쟁 직후라고 할 수 있는 1950년대 도쿄이며, 삼류소설가 세키구치가 교고쿠도란 고서점의 주인이자 신사의 신주인 친구 추젠지 아키히코가 산부인과의 실종사건과 연루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의문에 쌓인 산부인과 의사의 실종, 그리고 실종 직후 일어난 의사 부인의 20개월째 출산하지 못하는 기이한 임신 이야기로 세키구치는 사건에 흥미를 가지고 조사하려 한다. 그리고 의사가 자신들의 동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과거가 이 사건이 연결되어있음을 알게된다. 


우부메라는 것은 일본 요괴 중 하나로 산모나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책의 제목과 분위기가 마치 기이한 귀신이야기, 요괴 이야기로 전개될 것 같지만 실은 인간에 의한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인간들의 정신상태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고, 에노키즈라는 탐정의 경우에는 과거를 환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판타지 적인 성격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과거를 환시하는 탐정에 의해서 다른 소설에 비해 좀더 많은 단서가 주어지긴 하지만 미스테리 소설, 추리 소설 답게 주어진 힌트를 가지고 범인을 찾아내는 일을 할 수 있다. 과거 환시를 다른 이야기에서의 범인이나 피해자의 과거를 사전에 서술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의 단서라고 생각한다. 

밀실 트릭은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었다. 비록 트릭이 미친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성립된 것이라 트릭이라고 부르기 애매할 수 있겠다. 따라서 범인을 범인이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 점은 다소 힘들었다. 이 역시 정상적인 정신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이 책은 논리적인 귀결을 따르는 추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도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사건 자체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이야기의 흐름을 따르는 세키구치라는 인물이 너무나도 짜증이 나서 읽기가 힘들었다. 교고쿠도 말대로 어리석을 뿐 아니라 그 역시 정상은 아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 매우 약한 느낌이고, 시종일관 홀려서 끌려다니기만 하는 못난 원숭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마지막까지 그가 이야기에서 한 공헌이라고는 발로 뛰며 사건이 해결되도록 이야기를 해결사들에게 전달하는 것과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눈과 입이 되어준 것 밖에는 없다. 사건해결에는 진정 무쓸모했다.

더해,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 역시 무척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강한 힘 앞에서 유린되어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모습과 자식을 잃는 비극, 병약한 신체 등 비극이라는 개념을 한데 모은 듯한 인물을 묘사하고 심지어 마지막까지 구원은 없는 그런 이야기를 즐겁게만 읽을 수는 없었다.

늘 해피엔딩을 바라는 나에게 일말의 구원없이 일가족 전멸이라는 마무리 역시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푹 빠져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건전개 보다도 교고쿠도의 궤변이 대부분의 볼륨을 차지하는 이 책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는 것일까? 그의 궤변은 흥미롭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무엇이 그렇게 흥미로움을 가져다 준 것인지, 그 궁금증을 다음 교고쿠도 시리즈를 읽으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아, 그리고 세키구치는 부디 다음 이야기에서 나와주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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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불멸자Immorter 2015/12/07 22:37 # 답글

    사실 교고쿠도 시리즈는 교고쿠도의 장광설을 읽으려고 보는 책이죠!
    세키구치는 앞으로 잘 나오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망량의 상자가 제일 재미있었고 그 다음은 광골의 꿈, 철서의 우리 순이었습니다.
    다만 엔딩은 대체적으로 슬프달까.. 허무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메인 캐릭터들은 계속 살아가기에 그냥 그럭저럭...!
  • LionHeart 2015/12/08 10:28 #

    엔딩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계속 책을 잡게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후속권들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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