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적 잭: 이번 이야기는 너무 돌아돌아 갔다는 느낌 Books

사에카와&모에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 <시적 사적 잭>은 사에카와가 지도교수를 맡은 학생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모든 것이 F가 된다>,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웃지 않는 수학자>를 이어 이번에도 밀실 살인의 이야기를 다루며, 어떻게(HOW) 밀실을 만들었는지 보다 왜(WHY) 밀실을 만들었는지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또한 여전하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지루했다. 이전까지는 사에카와와 모에 모두 사건 당시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관련자로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반면, 이번 이야기는 거리감이 있어서인지 사건이라는 중심 이야기까지 도달하는데 책의 절반을 소비해야했다. 세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에카와나 모에는 사건에 깊이 관여하기 보다는 그들이 안은 상념들을 풀어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들의 말과 생각은 사건과 관련이 없어도 흥미로운 주제들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사건으로부터 너무 멀어지지 않았는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분량 배분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해 작중 인물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범인의 동기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이기에 아직까지 유키 미노루가 살해당한 이유를 모르겠다. 나머지 3명에 대한 동기는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굳이 그를 살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건 시작의 동기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평소 품행이 방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수께끼가 남은 것 같아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는 다른 찝찝함을 남겨주었다.


작중에서는 사에카와와 모에가 이전과 달리 사건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던 것만이 흥미로웠던 한편으로, 책 마지막에가되어 있는 서평은 앞의 3권과는 달리 흥미있는 글이었기에 재미도 있었고 여러모로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책들을 읽을 때 흥미있는 대사에만 집중하고 전체적으로는 드라마로만 바라보는 편이다. 사실 책을 정말 즐겁게 읽고나서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기억 안나는 경우가 많다. 내 안에서 인물들의 이름과 같은 정보는 A, B, C로 치환되거나 "긴 머리의 아가씨", "키가 작은 남성" 등의 특징만으로 기억되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책 마지막에 수록된 서평이나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으며, 책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깊이에 늘 감명받고는 한다. 나도 그렇게 깊게 빠져들고 단어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고 음미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아무리해도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록 흐름에 말려들며 독자로서의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이런 점은 조금씩 고쳐나가고 싶다.


사건 풀이라거나 이공학적 소재들도 재미있지만, 역시 이 작품은 대학원이라는 환경 속에서 가질만한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많은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낸다. 비록 사건 해결 부분에서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더라도 이런 매력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사에카와와 모에의 앞으로의 관계도 어떻게 변해갈지 무척 기대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애드센스반응형

통계 위젯 (화이트)

3175
531
168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