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좋은 책이었는데... Books

역시 어쩌다가 사게 된지 알 수 없는 책. 당연하지만 어떤 내용인지 사전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읽었다.


25살인 링고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오자 3년간 동거한 애인이 스푼하나 남기지 않고 모든 가재도구를 가지고 도망친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잃는다.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없는 그녀는 그 길로 15살 때 가출한 고향집으로 돌아간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그녀는 하루에 한 팀만을 위해 운영하는 "달팽이 식당"을 개점하게 된다.


글이 술술 읽혀지는 부담없는 책이었다. 게다가 24시간 동안 굶은 상태에서 읽었기 때문인지, 지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각종 식재료와 요리의 묘사가 더욱 생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전형적으로 흘러간다. 상처입은 여성, 가족이 품은 오랜 갈등, 주변 사람들이 주는 사랑에 대한 깨달음, 큰 시련과 아픔을 통한 갈등의 해소. 나는 이런 "희생이 있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전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비록 어머니와의 갈등이 해소되는 라스트에서는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긴했지만 역시 아쉬움과 거북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시작부터 그녀의 귀향 결정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배신을 통해 오랫동안 함께 모아온 모든 저축을 잃고, 항아리 하나 빼고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다음 달 집세는 미리 지불한 상태였고, 아르바이트도 아직 그만두지 않았다. 15살 때 가출했던 각오가 있었다면 계속 버티는 것 또한 가능했을 것 같은데, 너무나도 쉽게 귀향을 결정한다. 
물론 할머니와 애인을 연이어 잃었다는 충격때문일 수도 있고, 귀향 후 어머니의 비자금을 훔치고 못훔치고에 내기를 걸었던 것으로 보아 귀향자체가 목표는 아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만, 좀더 이 부분에 대한 갈등을 표현해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전개도 불만으로 남는다. 비록 집이 하나 남아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집을 리모델링하여 식당으로 개조하는 것에 적지 않은 돈이 들었을 것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벽촌에서 하루에 한 팀만을 손님으로 받는 식당이라니, 장사가 가능할리가 없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전개로 포장한 듯하여 불편함을 느꼈다. 


아름답게 보자면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아름답게만 포장하고 전개하려는 듯한 전개에 어딘가 계속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 내가 나쁜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나는 다 읽은 후 읽을만은 했지만 큰 재미나 감동은 느끼지 못했다.

볼륨이 작아 금방 읽을 수 있는데다가 글 자체도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편한 문장으로 이루어져있기에,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시간을 보내야할 때 읽기에는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0년 시바사키 코우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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