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안나가 너무 미웠다. Books

책이 너무 이쁘게 출판되어서 구매하게 되었다. 문학적인 소양이 없었던 나는 이 작품이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도 몰랐고, 표지에 큼직하게 써진 그 유명한 "톨스토이"의 작품이라는 것도 몰랐다. 톨스토이가 러시아인이라는 것도 이 작품으로 처음 알았다.

레프 톨스토이의 대표작, 도트소옙스키가 "예술적으로 완벽하고, 현대, 유럽의 문학 중, 무엇 하나 이것에 비견할 수 없을 듯한 작품이다.", 토마스 만은 "이러한 훌륭한 소설, 조금의 헛됨도 없이 단번에 읽게 만드는 서적, 전체의 구조도 세부의 마무리도 한 점 없는 결점이 어디에도 없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으며, 레닌은 책이 닳아 떨어질 때까지 읽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명작이자 대작이며, 2012년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 로, 아론 존스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되었다. 관련 위키항목을 보면 2012년만이 아니라 과거에 몇번이나 영상화 되었다.


정부 고관 카레닌의 아내인 안나는 오빠인 스테판의 외도로 인한 부부싸움을 중재하러 모스크바에 왔다가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일과 관계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명작으로 분류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무척 읽기 쉽다. 물론 이해가 쉽다는 말이 아니다. 작중에 시대상을 알지 못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랑 이야기 말고도 정치적, 사상적, 철학적인 이야기가 잔뜩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이 "당시 귀족들은 정말 할 일이 없었나?" 였을 정도로 그들은 모이기만 하면 정말 쓸모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대화로 하루를 보낸다.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무의미해보이는 논쟁과 토론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에 어처구니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즐기는 것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다. 등장인물들의 관계, 갈등, 갈등이 일어나면서 생긴 감정선 등에 대한 것을 쉽게 공감하고 느낄 수 있기에 때로는 등장인물의 처지에 공감하고, 비난하며, 응원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 조차 힘겨운 책들과 달리 이야기로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정말 좋았다.


나는 보면서 진심으로 안나가 미웠다. 이렇게 답답한 인물이 있을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미웠다. 카레닌이 못난 점이 있었고, 안나와 카레닌 사이에는 지금봐도 위태위태한 구석이 많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게다가 불륜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애까지 가지게 된 부분에 대하여 처음에는 비난하게 되었지만, 이혼률이 계속해 증가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정말 싫으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지, 어쩔 수 있어?"라며 안타깝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카레닌이 최대한의 자비를 갖추었을 때 조차 이를 져버리고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고 응석을 부린 점, 그리고는 나중에 처지가 안좋으니 다시 카레닌을 괴롭히는 점이 너무 답답했다.
후반에서 보여준 브론스키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박살낸 점도 용서가 안된다.
그렇게 사랑한다는 아들을 입에 올리면서도 자신의 행복만을 쫓아왔던 여자였기에 용서가 안된다. 스테판이 이야기 했던 가족과 자식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삶에 대한 거부에 대하여 나름 이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들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버리고 카레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면 자신의 행복을 우선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들을 위해서라며 아들과 아비를 괴롭히는 그녀의 모습에 긍정할 수는 없었다.
이것 말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지만, 마지막에 그녀가 이야기에서 사라졌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2012년 영화화되며 안나 역을 키아라 나이틀리가 연기했는데,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그냥 그녀가 싫을 정도이다. 심지어 죄없는 키아라까지 싫을 정도이니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오라버니랑 똑같은 인간이다. 피는 못 속인다더니...


험한 길을 선택했던 브론스키와 안나와 대비되는 레빈과 키티 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척 똑똑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융퉁성 없고, 현실감이 부족하며, 어리숙하기만한...한마디로 스스로를 현명하다 생각하는 바보와도 같은 인상의 레빈이 길들여지고, 깨달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 역시 때로는 안나 못지 않게 무척 답답한 인물 중에 한 명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키티라는 반려와 함께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질문하는 삶의 방식으로 앞을 나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1870년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적인, 국가적인 차이가 많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 다루는 사회적, 인간적 문제들은 지금과 다를게 없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도 더욱 다루고 싶었지만 내 식견이 부족할 뿐 아니라 1,500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에 압축되어 있는 내용을 꺼내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기에, 앞으로 읽을 독자분들을 위해 남겨두고 나는 인물과 이야기에 대한 인상만 남겨두고자 한다.


안나가 너무나도 미웠지만, 그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할 수도 있었고, 레빈과 키티 부부의 이야기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애증의 존재였던 안나 카레니나를 아마 당분간 잊기 힘들 것 같다.

덧글

  • 괴인 怪人 2016/03/27 20:29 # 답글

    조금 더 배경을 당긴 소설이지만 뒤마의 <삼총사> 에서도 지금 생각하면 뭐야 저거 하는 논쟁이 나오죠

    "세례를 주는 신부의 손과 손가락 어디에 신성이 깃드는가" ....
  • LionHeart 2016/03/28 10:16 #

    그러고보니 <삼총사>도 어렸을 때 만화로만 보았지 책으로는 아직 읽지 못했군요.
    지금 읽으면 느낌이 다를 것 같네요.
  • rumic71 2016/03/27 22:38 # 답글

    결론 : 바람피우면 죽는다
    * 현실이든 드라마든 막장이 넘쳐 흐르는 세상에서 살다보니 그런지, 안나가 저는 전혀 밉지 않습니다. 그냥 비웃음의 대상일 뿐...
  • LionHeart 2016/03/28 10:17 #

    말씀하신대로 현실이든 드라마든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막장인 세상이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안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더군요 ;ㅁ;
  • 유월비상 2016/03/27 22:41 # 답글

    전 이 책을 학교과제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내용은 꽤 길지만 군더더기같은 부분은 하나도 없었고, 모든 대화와 행동이 의미있던 명작이었습니다.

    주인공들 중 전 카레닌의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엔 왜 저렇게 착하게 대하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치밀하게 그녀를 파멸시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혼하자고 할 때 그는 거절했고, 바람을 피운 브론스키도 사랑이 식었거든요. 카레닌은 안나를 이도저도 못하는 신세로 만들었고, 안나는 결국 자살했죠. 카레닌이 이 모든 걸 의도한 거라면, 참 대단한 인물이다 싶습니다. 이렇게 잔인하게 복수를 할 수가 있다니...
  • rumic71 2016/03/27 23:39 #

    남의 가슴에 가장 큰 대못 박는 짓을 저질렀으니 복수도 잔인해지죠. 다른 죄라면 자비를 베풀 수도 있겠지만...물론 남녀를 바꿔도 결론은 같고요.
  • LionHeart 2016/03/28 10:25 #

    카레닌에 대한 인상이 저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아 흥미롭네요.
    저는 사실 카레닌에게 상당히 공감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동질감 비슷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더욱 안나가 미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카레닌의 선의가 저는 계획된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물론 처음 안나가 딸을 낳기 전까지 보여준 냉담하고 그녀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평온한 부부를 가장하는 점에는 말씀하신 악의와 계획된 점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배신한 부인이 정말 미웠고 이를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묘사도 많았지요.
    하지만 딸을 낳으면서 생사를 넘나들고, 스스로 죄를 뇌우치며 비몽사몽간에 카레닌을 찾는 부인의 모습을 보고 그는 한없이 자비로운 인물로 변합니다. 이는 거짓없이 그녀를 측은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어찌보면 인간의 약함과 그런 약함을 보며 느끼는 연민과 동정을 카레닌이라는 인물로 대신하여 표현한 것이라 느꼈습니다. 실제로 그는 당시 모든 것을 용서하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안나는 선택하지 못한채 내연남과 도망을 가지요. 이 부분 역시 제가 안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홀로 남은 카레닌은 외로움과 마주하며 다시 한번 그녀에 대한 미움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과 마주하게 되지요. 하지만 결코 그녀에게서 느꼈던 자비로운 마움과 연민을 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두 마음 사이에서 심히 갈등하였으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납득하기에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부족했지요. 결국 스스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종교에 빠져버려 스테판이 느끼기에도 기이할 정도의 상태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스스로 판단하기를 멈추고 종교와, 자신을 종교로 이끈 부인의 말에만 따르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리지요. 이후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비극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결국 복수는 안나가 딸을 낳기 전까지만 가지고 있던 감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는 그가 그녀의 죽음을 바라거나 계획적으로 그녀를 파멸로 이끌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
  • 봉학생군 2016/03/27 22:56 # 답글

    개인적으로는 머리로는 레빈을 따라갔지만 마음은 안나를 따라가더군요.
    참 아이러니 하지요. 자신이 예전에 열차에 치인 사람을 동정했는데 도리어 자기 자신이 되어버렸으니....
  • LionHeart 2016/03/28 10:28 #

    말씀하신대로 안나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현명한 여자라고는 여겨지지 않았기에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어리석고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에는 아직 저는 어린(어리석은) 인간인 것 같습니다.

    설마하니 도입부의 사건이 복선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쩌면 안나가 열차에 치인 사람과 같은 운명을 걸었듯이, 안나를 보고 느낀 동정이나 미움을 가진 우리들도 그녀와 같은 운명을 걷게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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