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 여행을 마치고 JR을 타고 일본 최대 담수호가 있는 오츠(otsu)로 이동하여 료칸 유잔소에 체크인 하였습니다.
료칸 정보대로 한국어에 능숙한(또는 한국인일지도 모르는) 안내원이 있어서 이용이 편했습니다.
유잔소 료칸Satoyu Mukashibanashi Yuzanso주소: Japan, 〒520-0101 Shiga Prefecture, Otsu, Ogoto, 1 Chome−9−25 雄琴第2加圧ポンプ場 28

비와호는 호수이지만 정말 커서 서울도 잠길만한 사이즈입니다. 저희가 묵었던 료칸은 비와호 중에서도 가장 좁은 구간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저희 숙소에서 촬영한 위의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반대편 내륙이 살짝 보입니다.
료칸은 오고토 온천 역(ogotoonsen station)에서 도보 17분, 차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저희는 점심을 료칸 근처에서 먹겠다는 생각에 도보로 갔습니다만, 거리가 상당히 될 뿐아니라 오르막이 있으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는 길에 행인은 5명도 못만났고, 음식점은 물론이오 편의점 하나만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최단거리 길이 아닌 호수쪽으로 나가면 음식점도 있습니다)
료칸에서 오고토 온천 역까지 차가 오기 때문에 송영시간을 확인 후 이용하시면 차로 편안하게 료칸까지 가실 수 있습니다.

도보로 이동하시는 분이 주의하실 점은 그림의 화살표 방향으로 가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글맵에서 찾으시면 유잔소 료칸이 두 곳이 뜹니다. 저희는 아래쪽 길로 해서 아래 별표로 표시된 곳으로 갔다가 길을 헤맸습니다. 주민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료칸 앞까지 안내받았습니다. 친절하시더군요.
료칸에 대한 정보는 숙박사이트에서 자세히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재패니칸 사이트를 이용하여 예약하였습니다.

료칸 내 기념품 가게가 교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과자를 많이 사먹었습니다. 라무네는 그냥 볼 들어가있는 사이다입니다만, 그 볼을 넣어서 마신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온천은 이전 아리마 온천에서 네기야 료후가쿠 료칸을 이용했을 때에 비하면 물 자체는 평범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천온천에 보글보글 물이 올라오는 안마(?)용과 머리 위로 물이 떨어지는 두피안마(?)용이 있고 사우나도 위치해있습니다.

사실 동네가 제법 시골분위기가 나니 저녁에 별이 보이지 않을까...싶어서 별 사진이나 찍을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하늘이 흐린데다가 저녁이 되니 제법 불이 밝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환하게 불이 밝혀진 곳이 나중에 알고보니 일본 관서지방에서 유명한 소프랜드(성매매업소) 지역이라고 합니다.
정작 보고자했던 비와호도 낮에는 체력이 다해서, 저녁에는 기분나쁜 일이 있어서 나가보지 못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술이나 한잔 걸칠 겸 료칸 내에 위치한 Jazz Bar에 갔습니다.
개업하자마자 들어가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별로 안오는지 Bar에는 저와 제 일행, 그리고 커플 한쌍해서 총 4명만이 조용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슬슬 커피 한잔 마시고 일어나야지 싶었을 때, 할머니가 오시더니 바텐더에게 신나게 말을 걸며 술을 시키더군요. 맥주 한잔, 그리고 칵테일은 바텐더에게 맡긴다며 말이죠. 저희는 바텐더와 옆 커플에게 계속 말을 거는 할머니가 재미있어서 한 두 잔 정도 더 마시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빨리 숙소로 돌아왔어야 했습니다.
그 할머니는 바텐더가 만들었던 술 두 잔을 자신은 술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하고 다시 요청했습니다. 젊은 바텐더는 미안한 표정으로 술을 버리고 다시 만들고를 반복했지요. 여기서 슬슬 '어...저 할망 진상인가...?' 싶은 촉이 왔지요.
그러더니 할머니가 저희 보고 중국인인 것 같다고 커플에게 말하길래, 저는 한국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할머니는 취했는지 혀꼬인 목소리로 저희에게 와서 '안녕하십니까?'를 반복하더군요. 뭐 적당히 인사를 받았고, 할머니가 저희에게 말을 걸자마자 커플은 자리를 떴습니다. 이때, 저희도 자리를 떴어야 했다고 지금 뒤돌아 후회합니다. 3번의 기회를 저는 놓치고 말았습니다.
커플이 사라지자 독일인은 똑똑하지만 한국인은 멍청한 종족이라고 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은 조선인 손에 자랐지만 조선인은 격이 떨어지는 존재(下品)라고 말이죠. 이어 우리를 한국인이 아니라 조센진(조선인)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조선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라고 수정했더니 자신은 한국이 아직 일본에게서 독립한 것이라 인정하지 않는답니다. 일본 천황에게 충성해야한다고 말이죠.
술에 취해 계속 헛소리를 해대는 할망이었지만,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하지만 쥐어박자니 늙은 할망인데다가 일본이라는 적지이기도 하고, 여행 마지막 날에 말썽을 일으켜 귀국이 늦어지는 것도 피하고 싶었습니다. 맞서서 말로 싸우자니 어차피 술에 취해 제대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닌 것 같아서, 일어로 말하기를 그만 두고 영어로 대꾸하며 무시했지요.
그래도 계속되는 할망의 허언에 바텐더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가족이 왔을 때는 허언을 그만두더니 돌려보내고 다시 또 계속하더군요. 이것을 보면 아주 작정하고 하는 짓인 것 같았습니다.
결국 바텐더가 저희에게 사인을 주고, 할망에게는 문 닫는다고 하고 내보낸 뒤 가게 문을 잠갔습니다.
할망을 돌려보내고 바텐더가 계속해 사과하였습니다. 저희는 영업을 종료한 바 안에서 술 몇 잔을 더 시키고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다 방으로 돌아왔지요. 료칸에서는 불쾌한 경험을 겪게 하여 죄송하다며 술 값을 4만원 정도 빼주었습니다.
다음 날 체크아웃 할 때 한국어를 할 수 있는(또는 한국인일지도 모르는) 분이 나와 다시 한번 사과를 받았습니다.
비록 진상 고객에게 단호하게 대처하지는 못했으나 이후 보여준 바텐더의 친절함은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다시는 일본을 방문하기 싫어지게 되더군요. 모든 일본인이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는 알고 있습니다만, 이후 친절히 대해주는 일본인을 볼 때마다 속으로는 할망이랑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됩니다.
안그래도 최근 일본과의 사이가 안좋아지면서, 한국에서도 일본의 반성을 모르는 태도가 이슈화되고 있습니다만, 위의 사건을 겪은 뒤로 더욱 그런 이야기가 귀에 잘들어오게 됩니다.
아마 개인 여행으로는 다시는 일본을 가지 않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모든 사진은 누르면 커집니다]
덧글
아니면 세뇌교육이라도 당했던가...
어딜가나 진상은 있지만, 기분 좋아야 할 여행지에서 그러면 몇배로 더 싫죠...
그래도 그 바텐더분 덕분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셨을 듯...
여튼 자고로 취객과 가까워서 좋은일 볼 거 없으니.. 다음엔 무조건 도망치셔야... ㅠㅠㅠㅠㅠ
말씀하신대로 다음 부터는 무조건 도망쳐야 겠습니다.
말씀하신 것 같은 민족 차별 발언 같은 것이 자국에서 발생하면, 창피하고 미안해서 얼굴이 다 화끈거리죠. 살다보니 Hate speech를 다 당해보는군요.
다른 이야기지만 이번 사연에 대해서 파키스탄 친구에게 이야기 했더니, 그 친구는 앞서 말한 일본의 위안부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한국의 역사나 정치적 배경 등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일본의 배상이 매우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