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입문용 호러소설로 딱이다 Books

<십이국기>, <잔예>, <시귀> 등의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노 후유미님의 소설입니다.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은 민가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영선 가루카야라고 하는 목공 오바나라고 하는 젊은 청년이 해결하는 6편의 기담(奇談)을 담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한 마디가 이 책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음산하고, 믿을 수 없게 따뜻한 소설
6편의 기담은 모두 같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며 후방 카메라가 장착된 자동차가 등장하는 비교적 현대시대를 무대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이 보이는 마을, 아직 현대화 되지 않은 민가, 시골민심이라고 부를만한 도시와는 다른 이웃간의 거리감 같은 것들을 통해 시골전원의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시골'이라는 무대는 표현하기에 따라서 인간미 넘치고 그리운 노스텔지어적인 느낌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어딘지 모를 현실(현대시대)과 분리된 장소가 이끌어내는 안타까움, 외로움,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귀>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오노 후유미라는 작가는 이러한 시골 분위기를 글로써 표현하는데 뛰어난 작가이며, 이러한 작품 무대는 작중에 등장하는 집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과 함께 비가 오는 날 읽기 좋은 호러소설이 가진 음산함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담의 무대가 되는 것이 작가의 전작 <잔예>와 같이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집'이라는 것도 독자의 공포를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따뜻한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사랑이나 우정으로 귀신을 무찌르는 이야기도 아니고 인간과 귀신이 소통하고 이해함으로써 아련함을 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작품에 해결사로 등장하는 오바나라는 인물은 집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그저 태풍이나 수해처럼 여기고 드라이하게 해결합니다. 태풍이 오면 지붕을 수리하고 창을 정비하고, 수해가 나지 않도록 물길을 정비하는 것처럼 어째서 그런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는 모르지만 '안 좋은 것들을 적절하게 피하고 대처한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귀신과 괴이를 이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더 가까워진 듯한, 그들에 대한 공포가 줄어든 듯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뿐아니라 기이한 일을 겪는 작중인물들로부터 공포만이 아닌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신비한 감각을 책을 읽으며 느끼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방울 소리'와 '우리 밖'입니다.
'방울 소리'는 상복을 입은 여인이 찾아오면 얼마 되지 않아 그 집에서 사자(死者)가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 오바나에게 의뢰한 인물은 죽지 않고 문제를 해결했지만 만약 그녀가 귀신 앞을 지나는, 귀신의 행동을 몇일 동안 관찰하는 용기가 없었다면,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시무시한 과거사를 가진 에피소드이기에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우리 밖'은 역시 귀신이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습니다. 어린아이 귀신은 그 어떤 귀신보다 제게 공포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어린나이에 귀신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면의 사정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어린 귀신을 통해 공포, 연민, 그리고 구원에 이르는 안타까움과 안도감을 주며 본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기담에서는 다른 호러소설과 같이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라는 인간에게 매우 가까운 무대에 '어둠'을 드리워 공포감을 매우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거창한 퇴마법이 아닌 무대와 마찬가지로 일상과 가까운 행동인 '집수리'를 통해 대처합니다. 

극단적인 연출과 전개로 인해 공포감을 심어주는 호러소설을 꺼려하시는 분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으스스하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여기에 공포의 원인이 되는 일을 없앤다는 마무리를 6편 기담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찝찝하게 끝나지 않고 안도감을 줍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 책을 호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호러소설의 입문서로 적합합니다.

덧글

  • 불멸자Immorter 2016/06/05 11:14 # 답글

    오오..재밌어보이네요!
  • LionHeart 2016/06/05 11:26 #

    이렇게 라이트한 호러소설이 있나 싶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진하고 질척질척한 호러애호가 분들께서는 싫어하실 수 있겠지만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 키르난 2016/06/05 15:17 # 답글

    일상추리가 아니라 일상호러라고 해도 이상치 않을.... 아니,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호러들이 아니긴 하지만 말입니다. 다른 책이었다면 거기서 하나하나 무서운 이야기를 끌어 냈을 건데 그걸 '호러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덮거나 피하는' 발상으로 넘어가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 LionHeart 2016/06/05 21:10 #

    말씀하신대로 작품 분위기나 퇴마법이나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남일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신비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다른 분들께 추천하기에도 무겁지 않은 소설이라서 열심히 포교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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