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말 조심해! Books

이 책은 정치에서 '진보가 보수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레임을 재구성하라'를 그 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 책에서는 프레임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의 변화를 의미한다.
...(중략)
프레임을 짜는 것은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입니다.
세세한 부분을 쳐내고 축약하면 '말 조심해!'가 아닐까요? 예를 들어 본 책에서는 상대의 프레임에 속한 언어로 대화해서는(맞서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으며 그 예로 '세금구제'라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구제'가 있는 곳에는 고통이 있고, 고통받는 자가 있고, 그 고통을 없애주는 구제자(영웅)이 있으며, 그들을 방해하는 악당이 있습니다. 따라서 보수주의가 사용하는 '세금 구제'는 과세를 주장하는 이가 악당이고 감세하려는 자를 영웅으로 보이게 합니다. 증세하여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국민을 위해 쓰고자 하는 진보주의자는 이러한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비슷한 맥락으로 '세금 폭탄'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말 조심하자'는 주장은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입니다. 정치 이야기를 떠나서 이러한 '말하는 전략'은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논문과 같은 글쓰기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에게 익숙하지 않은 정치사상을 자신의 프레임에 끌어들이도록 노력하는 것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직 알지 못하는 남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치를 잘 모르는 저에게도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은 '사실(fact)'에 대한 무의미한 추종입니다.
다른 한 가지 오해는, 어떤 현실에 대한 사실을 우리가 모종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하면 사람들이 그 현실에 '눈떠서' 개인적 견해를 바꾸고 사회변화를 위해 정치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리라고 믿는 것이다.
...(중략)
대게의 경우 사람들에게 무슨 대단한 말을 한다고 해서 그 말이 그들이 매일 사용하는 신경 회로가 되지 않으며, 기존의 신경 회로망과 수월하게 들어맞는 새로운 신경 회로가 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신경 회로망에는 그들이 이전에 가졌던 이해 및 담론 형태가 정의되어 있다.대중이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는 것, 그 전에 수백 번 반복되지 않았던 것을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중략)'진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것은 진보가 믿는 흔한 속설이다.
이 역시 정치 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사실을 호소하는 것이 효과가 없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사실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도덕적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사실을 프레임에 넣어야 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즉 자기 판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판을 바꾼다는 것은 사회를, 상대의 세계관을 바꾼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이는 어려운 일이기에 저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떠나 이 이론을 다른 곳에 적용해보면, 상대가 거부하지 않을 주장을 상대가 보다 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판(프레임)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면 됩니다. 

언어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언어를 잘못 사용한다는 것은 개념을 잘못 이해하거나 결여된 것이다라는 글도 인상깊었습니다. '말 조심' 해야할텐데 저는 이 글에서 얼마나 '말 실수'를 하고 있을지 걱정되는군요.


언어와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인상깊게 읽었지만, 이 책은 정치에 관한 책입니다. 보수주의를 '엄격한 아버지', 진보주의를 '자상한 부모' 세계관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치 초보인 저에게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각 사상을 은유하는 이 두 모델이 그들이 주장하는 모든 정책들과 연결되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보수와 진보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기 때문일까요? 무엇보다 저는 정책들은 진보주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제가 다른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돌이켜보니 매우 보수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스스로 생각하기에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보수는 개인적인 책임만을 강조하는 반면, 진보는 개인적인 책임에 더하여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함께 인정한다.'라는 본 책의 글대로라면 저는 진정 보수사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대한민국 보수주의 프레임에 물들어 '사회적 책임'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사실 저는 스스로를 중도주의라고 해야할지...어느 쪽의 정책도 장단이 있다고 생각하는 본 책에서 이르는 '이중개념 소유자'입니다. '인간'이라는 종을 별로 믿지 않기 때문인지 어느 정책이든 한계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해답'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따금 앞의 두 가지 모형과는 다른 제 3의 온건한 모형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나는 아직 그런 모형이 눈에 띄게 드러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위와 같이 그런 답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 정치는 메트로놈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어느 정도 나아갔으면 반대의 사상이 키를 잡고 나아가야 합니다. 어느 쪽이나 극에 달할 때는 부정과 부패가 발생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아마도 미국도) 보수의 끝에 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슬슬 진보 쪽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때문인지 저에게는 너무나도 진보의 편을 들고 좋은 말만 하고 있는 본 책의 내용이 거북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한숨짓게 만드는 일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도 이러한 사실이 백일하에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 좋은 징조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와 같은 보도 덕에 은폐되어 속으로 썩어들어가 돌이킬 수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증오와 슬픔을 낳는 뉴스가 넘칠지라도 많은 이들이 이를 보고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가 늦지 않았고, 자유가 지켜지는 나라라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역시 많은 이들의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6. 보수주의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실린 글 일부를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꼭 보수주의자에 한해서가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의견이 충돌할 때나, 게임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상대와 만났을 때에도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이입과 책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면 할수록, 여러분은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들을 개종시키려 들지 마라. 그냥 마음을 열고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라. 여러분이 그 친척들에게 존중과 애정을 보여준다면, 그 중 일부는 우리 편이 될 것이다.
...(중략)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대신에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사실을 진술하고 그 사실이 상대편의 주장과 모순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프레임이 사실을 이긴다.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튕겨나간다. 언제나 프레임을 재구성하고 사실을 '나의' 프레임에 맞추어라.
...(중략)
일단 나의 프레임이 담론으로 수용되면,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 그냥 상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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