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4: 고통받는 주인공 LightNovel

처음으로 주인공이 한 번도 죽지 않고 책 1권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불쌍할 정도로 박살났습니다. 솔직히 보는 내내 불쌍하다 못해 짜증이 치솟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지난 2장에서 에밀리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고 그녀를 위해 힘내겠다고 스바루는 각오합니다. 그리고 더욱 힘든 시련(참살, 저주, 자살 등)을 넘어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너무 나대는 면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특히 왕선에서 큰소리 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습니다.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어리석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간 주인공이 그 누구보다 고생했다는 것을 아는 독자이기에 다른 잘나신 분들께서 스바루를 욕하고 폄하하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흠, 네 녀석을 약간 가엾어 해주마."
머쓱해진 스바루가 변명과 설교를 주워섬기려 하자 소녀가 조소를 띠었다.
"자각 유무를 따지지 않고 그 광대 같은 언행이 몸에 눌러 붙었나 보군. 그건 네 미점이 아니다. 그냥 약한 면을 감추는 얄팍한 껍질이지. --낯짝과 마찬가지로 못 볼 꼴이야."
...
"동무랑 짜고서 거들먹거리며 거창하신 말씀 늘어놓지 마시지. 지금의 내 힘이, 마음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쯤 나도 알고..."
"넌 현재의 역부족을 인정한다고 방금 말했지. 과연, 그건 중요한 생각이군. 자기 역량을 분별하지 못하면 지금의 너 같은 추태를 이렇게 들춰내기 마련이야."
모멸을 감추지 않는 율리우스는 말을 잃은 스바루를 더욱더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힘이 부족한 것은 알고 있다? 그걸 소리 높여 주장하면서 대관절 넌 누구의 무슨 칭찬을 바라고 있는거지? 약한 건 부끄러워할 것이지 뽐낼 게 아니야."
"--웃."
"그럼 다음으로는 마음은 지지 않는다는 말이라도 하겠나. 과연. 마음은 지지 않는다. 훌륭하군. 너는 그 강하고 고상한 마음의 힘으로, 이 자리에 설 자격을 얻기 위해서 애써왔나 보지? 우리 근위기사단의 존재를 폄하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해왔나 보지?"
이번 표지를 장식한 프리실라는 비쥬얼도, 캐릭터성도 무척 마음에 들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스바루에 대한 취급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왕선에 참여한 모든 인물들이 하나같이 왕국에서 손에 꼽히는 잘나신 분들 뿐이니, 인간의 약한 점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시는가 봅니다. 약한 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다니기라도 해야한단 것인지 물어보고 싶군요. 

같은 맥락으로 기사 율리우스의 말도 그렇습니다. 약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지만 그러기에 오기를 부릴 수 있는 것인데 말이죠. 주인공이 짧은 시간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잣대로 그를 평가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율리우스가 재수없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잘난 놈만큼 재수 없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세계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남에게 보일만한 변변한 능력도 없는 스바루가 알아서 조용히 살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 아직 꺼낼 무기가 없으면 뒤에서 칼을 갈았어야한다는 율리우스의 말에도 일견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비참해져야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어리석음과 주변의 힐난으로 인해 주인공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고통받는 스바루를 보며 함께 우울해지고 짜증이 치솟는 저에게 구원이었던 것은 롬 영감의 등장이었습니다.
"뭐여, 또 말썽 달고 다니냐. 여자 데리고 소동 피우다니 임자도 여간 아니구먼."
"발칙한 눈으로 소녀를 보지 마라, 너저분한 고목이."
"나도 그렇지만 너도 입깨나 사납다?! 지옥에서 발견한 기사회생의 영감에게 뭔 소리야! 나쁘게 여기지 말아줘, 롬 영감. 나나 이 녀석이나 속이 조금 정직할 뿐이야!"
"넌 변함없이 사람의 의욕을 덜어내는 게 능숙하이! 냉큼 숨기나 혀!"
평소 스바루의 대사들도 재미있지만 롬 영감과 콤비를 이루면 더욱 재미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카도몬도 비슷한 느낌이군요. 앞으로도 카도몬과 롬 영감이 꾸준히 등장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밖에 주인공과 같은 세계에서 온 '알'의 등장과 미티어는 출토품이라는 것, 그리고 왕의 선출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허당인 왕실의 모습이 인상깊었군요.


스바루의 어긋난 톱니바퀴는 결국 더욱 어그러져서 에밀리아와도 사이가 틀어지고, 자신의 '죽음'을 가벼이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3장의 첫 단행본은 주인공의 주변상황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것부터 시작하는군요. 다음 권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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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에인즈 2016/06/24 22:02 # 답글

    3장 초반부는 정말 암흑기죠. 스바루 구르는게 너무 처절하다못해 정신적으로 지치는 시기. 다만 바닥을 보여주는 만큼 해가 뜰 때는 정말 아름답게 떠오릅니다..
  • LionHeart 2016/06/25 10:23 #

    다시 떠오르는 그 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인공이 너무 불쌍해서 읽는게 괴롭네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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