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술계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세계를 지우고 새롭게 창조할 힘마저 지니고 있는 마신들을 한 손으로 지워버린 '월드 리젝터' 카미사토 카케루. 오티누스와 네프튜스를 식객으로서 맞이하여 함께 살고 있는 카미조 토우마는 마신을 노리는 그와 대적하는 편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흑'과 '적'의 마수 난입으로 카미사토와 카미조의 만남(결판)은 미뤄지고, 두 마수의 정체가 버드웨이 자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두 소녀를 위한 싸움과 두 평범한 고등학생의 신념을 건 싸움이 펼쳐집니다.
제가 이 작품에 대해서 더이상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전반부가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정작 핵심이 되는 전개는 후반부 몇 십 페이지 정도에 몰려있고, 페이지의 상당부분이 여성 등장인물들에게 휘둘리며 밥 뭐먹을지 고민하는 부분으로 채워져있습니다. 옛날에 이런 장면이 나왔다면 훈훈한 눈길로 읽었을텐데 캐릭터 인플레이션과 늘어지는 전개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듯한 지금의 상황으로는 재미는 커녕 짜증만 치솟더군요.
심지어 카미조의 대칭적인 존재로 등장한 카미사토 카케루가 생각보다 찌질해서 짜증을 북돋았습니다. 오티누스의 '이해자'가 된 것에 실망한 마신들이 '이매진 브레이커'의 대안으로 만든 규격을 벗어난 능력자라는 설정 때문에 작품 최대의 적 또는 조력자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만, 아래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로 형편없는 인물상이었습니다. 마치 RPG에서 매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캐릭터인데 능력치가 좋아서 어쩔 수 없이 파티에 껴준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카미조 토우마의 매력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라도 제대로 수행하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도로 한심했습니다.
하지만 작가 후기를 보면 작가는 카미사토 카케루를 작품의 '성역'을 파괴하는 인물로 다루려고 하는 듯 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카미조 토우마의 행복한(?) 보금자리인 기숙사를 직접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밖에도 츠쿠요미 코모에와 접점이 있고 자칭 '주변 사람을 왜곡하는 능력'이라 생각하는 듯하니 카미조의 앞으로 지인들에게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성역'으로 여기는 것은 메인 히로인들의 안전입니다. 쓸데없는 짓으로 그녀들에게 위해가 가해진다면 지금도 바닥인 그의 평가가 코퀴토스까지 내려가겠지요. 부디 작가가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극단적인 전개를 선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14권 역시 기대에 못미치는 재미였습니다만 그나마 빛이 되어준 것은 오티누스의 존재였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것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빠르게 메인 히로인 포지션을 차지한 인물입니다. 이미 존재조차 잊혀진 듯한 히로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최근 활약 중인 두 중학생 미사카와 식봉이와 달리 카미조의 식객이라는 포지션으로 물리적으로도 가까워 본편 등장빈도가 매우 높습니다. 누구보다 곁에 있었음에도 활약이 없던 인덱스보다도 더욱 큰 존재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전투상황에서는 인덱스보다 활약할 기회가 없는데도 말이죠. 게다가 어느 메인 히로인들이든 거쳐왔던 책 한권 이상의 볼륨으로 이루어진 '함께 역경을 넘어선다'라는 시련과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모두 거쳐와서 그녀를 좋아하는 독자가 저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둬, 관둬, 예를 들어서 네가 격투기를 배운다면 구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까? 총이나 칼을 들면 스마트하게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을까? 역효과야. 살인 기술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상대를 살려서 구할 수 있는 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너는 점점 약해질걸. 이것만은 확정적이야.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아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주지. 실제로 네게 구원받은 나니까 잘 안다고 말이야."사실 그녀가 활약(등장)했다고 할만한 부분은 함께 쇼핑한 장면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카미조 토우마에 대한 가장 큰 이해자라는 존재를 어필함과 동시에 앞으로 있을 작품 전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한 '살인'이라는 폭력은 이후 14권의 전개에서 월드 리젝터에 의해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마신을 죽이려 했던 시도와 결국 골든 리트리버를 죽이고 키하라의 분노를 사는 전개 같은 것이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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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격투기니 총이니 칼이니 하는 알기 쉬운 공격력은 그런 '잘나내는 힘'을 늘릴 뿐이야. 엄벌화니 뭐니 하면서 갱생의 기회를 빼앗고, 그저 다수결의 패자를 나락의 밑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좋아하는 악취미적인 복수 대리인들의 방식과 똑같지. 이봐, 카미조 토우마, 네 강함은 그런 게 아니야. 네 최대의 무기는, 이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뿌리까지 썩은 악이었던 '마신' 오티누스마저 나락의 밑바닥에서 구해낸 그 강한 팔에 있었어. '이어지는 힘'이 네 비장의 패란 말이야. 그러니까 절대 착각하지 마, 손쉬운 대답 같은 건 내놓지 마. 승정을 이길 수 없었다고? 카미사토 어쩌고는 그런 '마신'들을 일소했다고?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고 말해줘. 승정을 죽게 하고 만 학원도시를, '마신'을 한 명도 구하지 못하고 죽여버린 카미사토를 깔보아주라고. 거기에서 네가 추구해야 하는 건 이상 송신기(월드 리젝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폭력이 아니야. 절대로 살인의 힘이 아니야. 그런 폭력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이성의 힘이지."
이런 14권의 전개는 대척점의 등장으로 인해 카미조 토우마의 위치를 재점검하는 의미는 있었다고 봅니다. 언제나 흑막이었던 아레이스타도 등장빈도가 올라간 것 같으니 슬슬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요?
걱정이 되는 것은 '이매진 브레이커'의 정체가 마신과 같은 마술사들의 소망으로 이루어진 특이점이라는 정체가 밝혀진 지금, 카미조에게 또 하나의 능력이 있다는 점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더 전개할 생각이신 것일까요? 그렇다면 진심으로 절망할 것 같습니다. 14권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보여준 카미조와 카미사토의 싸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중요해보이는데, 다음 권으로 패스해버렸습니다. 절망할지 어떨지는 다음 15권에서 밝혀질 듯 합니다.
글을 쓰면 쓸 수록 불만인 점만 적게되는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다음 15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하루 빨리 이야기를 정리해주기를 바랍니다.
p.s. 카미사토 패거리는 웃기지도 않네요. 이제까지 쌓아온 카미조 연줄을 총동원하면 나라도 세울 수 있는데 깝치긴...
덧글
마신 에피소드에 대한 엉성함은 저만 느낀 것이 아니군요.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봤습니다. 하루 중 저녁에서 밤에 걸쳐 일어난 에피소드였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죠. 그에 따라 밥 먹는 이야기나 나오지만 작가의 필력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너무 싸늘한 눈으로 보는 건 아닌지? 인간인쇄기 카마치가 늘 스케일을 크게 잡아놓은 것이지, 굳이 설정 실패로 몰살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15권은 꽤나 잘 이어지면서 찌질하다고 평한 카미사토에 대한 이야기로, 그에 대해 잘 알 수 있습니다.(16권에서는 쇼쿠호 나오고요. ...응??)
*잘나내는 힘. 텍본 그냥 복사한 건가요 이건?
원서는 체크하고 있지 않으므로 15, 16권에 대한 내용은 알지 못하며 본 글에서 언급할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햄햄님께서 높이 평가하시니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더해 본 블로그에 올라오는 모든 감상글은 어떤 형태로든 정당한 거래로 구매한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용문에 대한 오타는 제가 옮기다가 오타를 낸 것입니다. 완결이 된 작품들 중 많은 것들을 본 블로그에서 되팔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책을 통한 감상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