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골의 꿈 (상-하): 앞의 두 작품에 비하면 좀... Books

교고쿠도 시리즈 세번째 작품 <광골의 꿈>입니다. <망량의 상자>때에 비하면 두께가 얇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읽는데 오래 걸리는 책이네요.
저명한 괴기소설가 우다가와의 아내 아케미는, 전남편의 죽음과 함께 잃어버렸던 기억을 더듬으며 8년의 시간을 살아왔다. 그러나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억이 문득문득 섞여 있는데...점차 경계가 애매해져가는 자신의 인생과 꿈속 여인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아케미. 그녀의 앞에, 8년 전에 살해당한 전남편이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광골의 꿈>은 <망량의 상자>와 여러모로 비교/대비되는 한 편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각각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과정이나 장소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로 모여지고 교고쿠도의 등장과 함께 해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이번 작품에서 더 강해져서 '상편'에서는 교고쿠도는 등장하지 않고 서로다른 사정의 사건들이 전개되기만 합니다.
각 사건에 말려든 인물들은 교고쿠도와 2다리 또는 3다리 건너 알고 있을 정도의 가까운 인물들로 이루어져있고, 그 사건들이 기적과 같이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점은 지난 작품과는 다른 점...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지난 <망량의 상자>에서의 사건들이 개별적으로 분리해야만 하는 것들이고 이번 작품에서의 사건들은 하나로 연결된 사건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둘다 동일하게 하나로 연결된 사건으로 보이는데...이래서야 작중에서 늘 구박받는 세키구치(제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 스스로가 한심합니다.


여전히 초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현실의 살인사건을 다루며, 이를 종교적이고 신비적인 존재와 엮어나가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광골의 꿈>은 지난 작품들과 비교하여 가장 낮은 점수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작품에서는 지난 번과 같이 종교가 사건에 연루되지만 이용하기 위해 급조된 사이비가 아니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진짜배기가 사건배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종교의 해탈에 이르는 방법이 본 작품에 엽기성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억지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그들의 행동도 공감가지 않고 종교행위의 엽기성은 엽기살인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기에 작품에 꼭 필요한 소재였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종교는 '광골'이라는 소재를 도입하기 위해 억지로 끌어들인 느낌이 듭니다.

더해 이번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교고쿠도의 반혼술은 상하 합 900페이지에 달하는 볼륨 중 초반 100페이지만 읽어도 알 수 있는 트릭(?)이었기 때문에 어딘가 김이 새버렸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계속 의문을 가지고 읽어야 긴장감도 늘어날텐데 이미 어떤 사정으로 돌아가는지, 돌아갈지 예상이 가버렸기에 작중 인물들이 상황에 휩쓸려 우왕자왕하는 모습에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독자만이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들을 알고 있기에, 부분적인 정보만을 지니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사건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교고쿠도가 등장하고 모두에게 정보를 공유한 후에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언성을 지르는, 특히 기바 슈 이 멍청하고 목소리만 높은 경찰의 모습은 저를 짜증나게 했습니다. 도대체 이해를 못해 교고쿠도에게 소리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그나마 인상깊게 남은 것은 목사를 설득하는 에노키즈의 대사였습니다.
"세키 군은 다소 원숭이를 닮았지만, 자네보다는 훨씬 상황을 이해하고 있네! 전 세계의 불행과 고뇌를 한꺼번에 짊어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말이야. 그런 건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거야! 조금도 대단할 거 없네. 마음의 어둠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칸델라나 럭스가 어디있나? 밝고 어두운 걸로 선악이 결정되는 것은 전등 정도일세."
에노키즈는 강단을 두드렸다.
"사람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지껄이고 있지만, 나는 그 잡기 어려운 미꾸라지도 낚을 수 있는 사람이란 말이야. 하타가 구원받고 싶지 않은 거라면 자네 멋대로 하면 되지만, 거기 있는 목사는 다르네! 당신, 구원받고 싶겠지요. 구원받고 싶다면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려야지요. 게다가 나는 지푸라기가 아니라 탐정이란 말이오!"

'밝고 어두운 걸로 선악이 결정되는 것은 전등 정도다'라는 말과 사람을 구원하는 일과 미꾸라지 잡는 일을 비교하는 에노키즈의 성격이 재미있어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철서의 우리>이군요. 제가 교고쿠도 시리즈에 익숙해져가는 것인지 <광골의 꿈>은 나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재미없게 읽었기 때문에 다음 편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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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불멸자Immorter 2016/08/18 20:44 # 답글

    헛 전 광골의 꿈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반혼술 성공과 '실체험이니까요'의 반전이 정말 강렬해서...
    대뇌저택의 구조 그림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철서의 우리도 재밌었지요. 특히 불교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흥미롭습니다.
  • LionHeart 2016/08/18 21:30 #

    전 누가 누구인지 너무 일찍 눈치채서 큰 감동이 없었습니다. 역시 반혼술 부분이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아요. 그것에 감동하지 못하니 전체적으로 인상이 옅게 느껴집니다.
    대뇌저택의 구조도 사실 우다가와가 세키구치에게 옆집 여인을 언급했을 때 어떻게 된 일인지, 옆집 여인의 정체와 살해당한 장소, 정원석의 핏자국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 알게되었습니다. '아...이건 이렇겠군' 했던게 전부 맞아 떨어져서 심심하게 느껴진 것 같아요.

    그나마 글에 소개했던 에노키즈의 말과 에필로그에서 등장한 이사마의 썸이 무척 기묘하게 마무리되었던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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