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사: 따뜻하고 몽환적인 이야기 Comics

이미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송되었고 코믹스도 완결된 작품입니다만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을 구매하여 전권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충사(蟲師)로 '벌레'를 다루는 일을 맡은 자입니다. 하지만 본 작품에서 '벌레'라 함은 파리나 모기같은 것들이 아니라 생명의 본질에 가까운 무언가입니다. 이 '벌레'들은 물질세계에서 벗어난 듯 하면서도 이쪽에 간섭하여 다양한 기현상을 일으킵니다. 충사는 이러한 '벌레'를 이해하고 인간이 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출발은 아마도 옛날 이야기와 지금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만 옛날에는 원리를 알 수 없었던 기현상들에 대한 것들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하늘에 걸린 무지개는 어디서 뻗어나온 것일까? 눈을 감았을 때(혹은 떴을 때도) 간혹 보이는 작고 투명한 벌레같은 것들은 무엇일까? 예지몽은? 텔레파시와도 같이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교감한 듯한 예감은 어떻게 가능할까? 도플갱어의 존재는? 눈이 오면 왜 조용해질까? 귀를 막으면 들리는 소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작가님은 '벌레'라는 존재를 도입하여 흥미롭게 그려나갑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벌레'일까요? 전 현실세계에서도 마이크로 세계로 내려갈 수록 바이러스, 세포, 분자결정 등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져있기에 전 이런 모습을 벌레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근본에 해당하는 존재일 수록 벌레같은 모양 또는 형태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여기에 기이한 이야기와 '벌레'라는 형태때문에 이야기는 기담이나 괴담의 모습을 가지기 쉬울텐데, 그러한 작품들이 띄는 기이함을 간직하면서도 음습함보다는 따뜻함을 담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담하게 이어나가는 이야기는 많은 이야기들이 인간의 감정이나 삶과 이어지며 우리가 사는 이세계가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것들과 따듯한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슬프거나 씁쓸하게 끝나는 것들도 있지만 이 역시 삶의 일부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작가님의 필력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그림 덕분이겠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 것은 눈을 감았을 때 완전한 어둠이 아닌 이야기, '눈꺼풀의 빛'입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에 어째서 '눈을 감아도 무언가가 보이는 것'인지 궁금했었습니다. 여기에 벌레를 엮어 흥미롭게 그려나가고, 소년의 애틋한 소녀에 대한 연심까지 볼 수 있어 보기 즐거웠습니다.

더해 여인의 몸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벌레와 싸우는 탄유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군요. 그녀의 피부 위를 기어가는 글자들의 이미지라거나 고통 속에서도 강직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 그리고 깅코와의 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작중에 등장한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섬이 있다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던가 사랑하는 이가 인간이 아닐 경우 어떻게 할까? 등 하나하나 다루자면 정말 많은 에피소드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즐겁게 읽었습니다.


충사가 워낙 개성적인 작품이라 작가님의 후속작이 어떤 것이 될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작가 우루시바라 유키님의 다음 작품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덧글

  • 시안레비 2016/08/18 23:56 # 답글

    진짜 좋은 작품이죠 작품안에서 흐르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에피소드들도 하나하나 버릴게 없어요
    뭣보다 깔끔하게 완결이 났다는 점이 정말 좋은것 같아요 요즘처럼 20~30권을 넘어가며 질질 끄는게 대세일때 이렇게 적절하게 완결을 내주면 소장욕구를 불태우게 해주는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주인공 깅코는 남자가 봐도 멋있는 캐릭터죠
  • LionHeart 2016/08/19 11:20 #

    공감합니다. 사실 언제까지나 연재할 수 있는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완결을 내버리는 결단을 내린 것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소장욕구라고 하니 생각나는데, 이 작품은 겉표지를 펼치면 한폭의 그림이 되더군요. 전자책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쉽습니다.

    깅코의 초연한 태도나 목소리 같은 것이 무척 매력적이죠. ^^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크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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