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달 세계의 독립투쟁을 그린 이야기 Books

미국 SF 소설가 로버트 A. 하이라인의 1966년 작품입니다. 이전 리뷰했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스타십 트루퍼스' 등으로 오래전 부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SF 소설 작가입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달'입니다. 우주개발이 진행되어 지구는 범죄자나 정치범들을 달로 유배 보냅니다. 시간이 흘러 달은 개척되고 유배된 유형수들은 가족을 이루어가며 큰 규모의 사회를 구축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이유로 지구가 달에서 생산된 자원들을 매우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식민지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형수들을 조상으로 하는 달의 시민들은 총독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배경입니다.
주인공인 마누엘 가르시아 오켈리 데이비스는 달 세계 중앙 컴퓨터 수리를 담당하는 기술자이며, 그는 유일하게 달의 모든 전자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마이크가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그는 호기심으로 참석한 비정부 단체의 비밀집회에 참석했다가 소동에 말려들며, 베르나르도 데 라 파즈 교수와 여성 혁명가 와이오밍 낫과 함께 달을 지구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비밀 조직을 결성하게 됩니다.

SF 소설입니다만 이 작품은 독립운동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달 세계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과, 독립운동의 방법과 그 과정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 치고 박는 우주전쟁 이야기나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리는 이야기를 생각하신 분들께는 아쉬움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진지하게 독립운동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전 팍팍 읽어나가지는 못했습니다. 생각할 것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보다도 사상 전파를 위한 책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하이라인의 책들은 이처럼 은근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사상을 독자에게 부딪히는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SF 소설로서 작가의 상상력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더군요. 이 작품은 66년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때 인공지능 컴퓨터, 중앙 네트워크 시스템, 인터넷 뱅킹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다른 것은 SF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본 작품에서는 전산기기를 통해 은행업무가 이루어지고 급료가 중앙 컴퓨터인 마이크에 의해 결정되어 전달되어집니다. 실제 지금과 같은 인터넷 뱅킹보다는 단순한 계산기 수준의 이용을 상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을 사는 독자가 보기에는 충분히 현재의 기술로 확장가능한 아이디어였기에 그 옛날 이러한 상상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가장 SF 적인 존재였던 유머를 좋아하는 인공지능 마이크는 귀여웠습니다. 혁명이 진행될 수록 일꾼 역할만 하느라 그 매력이 줄어들고, 결국은 그 존재를 잃어버린 것이 무척 아쉽더군요. 마지막 결말에서 마이크와의 이별에는 좀더 제대로 된 이유가 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이라인에 대한 평가 중 남성우월주의자이기에 그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역자님 말에서). 저 역시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본 작품에서는 여성이 굉장히 우월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달 세계의 조상이 유형수였고, 힘든 생존 경쟁을 치루어야 했던 역사 속에서 여성의 숫자가 적어졌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혁명에서의 굵직한 역할들은 남자들의 손으로 이루어집니다. 혁명 초기 멤버이자 본 작품의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이오밍 낫은 초기부터 '뭘 모르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의견'을 주장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후 그녀의 활약은 드문드문 소개될 뿐이지 주목받는 업적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이 뤼시스트라타(전쟁일 끝맺는 여인들의 부대)인데, 이들은 잠자리를 이용해 달 세계 방위를 위한 드릴 광부들의 사기를 높이는 부대입니다. 그 외에도 등장하는 여성들은 남자들이 하는 일을 격려하고, 그들의 심신을 케어하기 위한 존재로 활약하는 점이 큽니다.
집 밖의 일이 아닌 가족 내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존경심을 보이며, 소중한 존재로서 바라보는 면은 분명 묘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일은 모조리 남자가 해내는 점에 대해서는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항상 남녀가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동등하게 활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본 작품에서는 혁명 초기멤버인 와이오밍 낫의 활약이 너무 적고, 평소에 논란이 있던 작가다보니 이런 생각을 안할 수가 없네요.


즐겁게 읽었다기 보다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덧글

  • 하루 2016/11/18 12:35 # 삭제 답글

    하인라인은 전세기의 작가치고는 놀라울정도로 여성에 대해서 트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남성우월주의자라는 주장은 좀 억울한게 아예 남성위주로 흘러가는(여성은 단순히 히로인으로만 등장하는) 작품을 쓴 수많은 작가들은 그런 소리를 안듣는데 하인라인은 여성을 작중에서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평론가들이 거기에 대해서 언급은 해야 되는데 현재의 페미니즘 기준에서는 못미치니까 남성우월주의자 소리를 듣게 된거죠.
  • LionHeart 2016/11/18 12:39 #

    그렇군요. 저는 경험이 부족하여 하이라인과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저 역시 현재의 기준을 적용하여 생각하였네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어째서 동시대 작가들에 비해 하이라인에 대해 남성우월주의자 논란이 커진 것인지는 의문이네요. 정치적 사상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는 작가라서 그만큼 반대 세력들로 공격받거나, 논란도 많다보니 생긴 현상일까요?
  • 하루 2016/11/20 13:40 # 삭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도 성담론 그 자체로 논란될만한 부분은 있습니다. 다만 역자가 멋대로 남성우월주의자로 확정짓고 여성에 대한 시각 운운 할정도 인가 하면 글쎄.. 라는 거죠.
  • LionHeart 2016/11/20 19:42 #

    하이라인의 다른 책들,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도 좀더 읽게 되면 저도 보다 정리된 저만의 의견을 가질 수 있게 되겠지요. 부끄럽게도 아직은 식견이 부족해서 하루님과 역자님의 의견에 대해 제 의견을 더할 여지가 없네요. 앞으로 하이라인의 책을 읽는 것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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