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2016년 마지막을 장식한 잘못된 선택 Books

'수명을 팔았다. 1년 당 1만 엔에', '3일간의 행복'으로 알려져 '스타팅 오버' 등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작가 미야키 스가루의 책입니다. 앞의 두 작품에 무척 만족했었던지라 본 책으로 2016년 마지막을 보내고자 12월 31일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앞에서 읽었던 두 작품 모두 비극적인 상황 위에 놓여진 '사랑'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이 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극, 새드엔딩을 싫어하는 저에게는 사실 미야키 스가루의 책은 거북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3일간의 행복'에서는 수명을 팔 수 있다는 재미있는 소재를 이용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비극적인 상황에서 사랑을 찾는 모습, 그리고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요소를 잘 녹여낸 이야기가 인상깊었으며, '스타팅 오버'에서는 만남의 중요성을 다루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마지막에 보여준 반전과 희망을 남기는 엔딩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비극은 작가의 기량으로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무리였습니다.


주인공 미즈호에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전학을 계기로 편지를 주고받던 키리코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는 사귀지 못한채 즐겁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고, 유일한 마음의 안식이었던 펜팔마저도 17살이 되던 해 그녀가 만나고 싶다고 보낸 편지로 인해 그만둡니다. 이후 허무함만을 마음에 품은채 나이를 먹은 미즈호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사귄 친구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그녀와 만날 마음을 먹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미즈호는 음주운전으로 고등학생 소녀를 치고 맙니다. 살인범이 되었다고 생각한 그 앞에 죽은 소녀가 나타나게 되고, 죽음의 순간을 뒤로 미룬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망친 인간들에게 복수하고자 하고 미즈호는 속죄를 위해 이를 돕기로 합니다.


이제까지 비극은 자업자득이었던 반면이 없지않아 있었던 반면에 이번에 소녀에게 닥친 비극은 하나같이 외부, 타인에 의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 폭력의 정도가 정말 너무 심했기에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소녀의 복수 역시 잔인하기는 했지만 이제까지 받은 빚을 이자까지 붙여 갚는다고 생각하면 인정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즉 책을 읽는 내내 소녀에게 가해진 부조리한 폭력과, 소녀가 가하는 피비린내나는 폭력을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만을 기대했던 저의 첫 번째 실패였습니다.


앞서 비극일지라도 작가의 기량으로 참을 수 있다면 즐길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실연당했다고 음주운전을 하는 주인공부터가 정신상태가 글러먹어서 동정의 여지는 물론이고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습니다. 복수 중에는 복수하는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마저 일삼아서 정신병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죠. 물론 결말에서 진실이 밝혀지며 어째서 그가 이런 인간이 되었는가에 대해 설명됩니다만 역시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없기에 주인공에게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에도 무계획적인 것 치고는 성공률이 너무 높았습니다. 일본 경찰은 정말 일을 하지 않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죽음이나 상처를 미룰 수 있는 능력은 그렇다치고, 성장하지 않는 그녀에 대해 가족이나 주변인물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일까요? 뭔가 병이나 발육부진으로 인해 그런 것이라고 치부한다면 아직까지 교복을 입고 있는 이유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소녀가 처해있는 환경자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기 때문에 성장의 차이나 복장의 문제도 주변인물들이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요.
학대 말고도 그녀에게 준비되었던 어처구니 없는 비극, 그녀의 사랑이 죽은 사건도 어이가 없는 전개라서 이야기를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감동적인 부분이어야 할 결말에서 결국 구원받지 못한 그들의 모습에 안타까움만 느꼈습니다.


결국 그저 불편하고 안타깝기만 한 책이었습니다. 감동도, 기쁨도, 기대도, 희망도 없는 답답한 느낌만 가득 남겼습니다. 2016년 마지막을 밝고 기분 좋게 마무리하려고 했던 독서시간은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연말에 읽지라도 않았다면 과연 기억에 남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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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불멸자Immorter 2017/01/15 22:56 # 답글

    ㅜㅜ 고생하셨네요... 다크한 책이로군요!
  • LionHeart 2017/01/16 09:49 #

    딥다크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불편한 느낌이 들었던 책이었습니다. ;ㅁ;
  • PADIO 2017/02/06 10:51 # 삭제 답글

    작품 자체는 미야키 스가루의 필력이 더욱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던데, 별로 취향에 맞지 않으셨던 것 같군요. 확실히 이전 두 작품에 비하면 더욱 암울한 편이긴 하지만, 전 특별히 수준이 떨어지지만 않으면 딱히 가리는 책이 없어서 그런지 만족스럽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 LionHeart 2017/02/06 12:07 #

    소재나 주제가 워낙 저랑 맞지 않아서 필력이 발전했는지의 여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ㅁ; 아직 미야키 스가루의 읽지 않은 작품들이 있으니 그쪽은 즐겁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NPC 2017/04/21 22:21 # 삭제 답글

    주변에 정상적인 놈이 없어서 그런지 제가 이상한건지 소녀의 그 모습을 보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미즈호의 심정이 순간 납득이 되더군요... 그문장을 읽고 몇초 뒤 내가 제정신이 아닌걸 깨닫긴 했습니다만 어휴... 뭐
    블로그장 분과는 다르게 저에게는 만족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원래 좀 암울한 분위기, 새드엔딩 그리고 인간성의 타락(?)물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뭐 여튼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고 묘사도 아주 잘 되있기에 몰입도가 장난 아니었죠. 지인의 추천으로 한번 봤건만 저로서는 읽는내내, 후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 LionHeart 2017/04/21 22:46 #

    NPC님과 같이 많은 분들이 좋게 평가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취향적인 문제로 제가 즐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와 맞지 않게 되면 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되는 것 같네요. 실제로 다른 작품에서도 암울한 작품에 대해 자신의 취향만을 근거로 비판하여 방문객 님들께 호되게 지적을 받는 경우가 잦습니다. ^^;
    고쳐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도 본 블로그에 작성하는 대부분의 리뷰를 감정에 치우쳐 쓰다보니, 영 고쳐지질 않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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