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은 아르테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시집을 보내려고 하는 어머니로부터 도망쳐 화가 '레오' 밑에 들어가 고생하는 이야기와 레오의 파트로나(후원자)이자 코르티자나(고위층을 상대하는 창부)인 베로니카와 만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취향 저격 작품입니다.
모리 카오루씨의 '엠마'나, '신부 이야기' 등과 비슷한 향기가 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워낙 당차고 똑부러진 아가씨라서 그런가 분위기가 더 밝고 방방 뛰는 느낌이네요. 금발에 쇄골이 보이도록 앞과 어깨가 확 트인 옷하며, 시시각각 바뀌는 귀여운 표정하며,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이 악물고 나아가는 당찬 성격하며 이건 뭐...반하지 않을래야 반하지 않을 수가 없는 스트라이크존을 꿰뚫는 아가씨가 주인공이라서 보는 내내 실실 거리지는 않았나 걱정입니다.
최근에는 이곳 저곳에서 자주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와 관련 논쟁을 마주치게 되는데요, 이 작품을 보면 여성들이 악이 받칠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작품에서 보자면 일단 여성은 집안일과 약간의 교양만 가르칠 뿐, 기본 적으로 집에서 아이만 낳고 가사만 하는 것이 당연시되며, 귀족이 아닐 경우에는 여자에게 글도 가르치지 않는 시대더군요. 아르테는 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예술가들의 공방에서 문전박대당합니다.
'신부이야기' 때에도 나왔지만 여자 측에서 보낼 혼수(돈)가 없으면 결혼도 못한다는 사실도 좀 충격적...이라고는 못하려나요. 한국도 아직 따지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아르테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딱한 마음도 들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녀가 시원시원하게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보고싶네요. 마지막까지 그야말로 '태양같은' 그녀의 미소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p.s.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비슷한 삶을 살았던 실존 여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말년에는 강간과 이에 대한 오랜 재판으로 고통받았기에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르테미시아는 아버지 밑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와 공동작업 및 공부 중에 봉변을 당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이미 아버지를 여읜 아르테와는 이미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작풍이나 작가의 말에서는 어두운 느낌이 들지 않으니 안심해도 될 것 같으나, 너무 이름이나 삶의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서 그냥 걱정됩니다. 부디 아르테 앞에는 행복한 미래만 있기를 바랍니다.
덧글
애초에 시대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요구조건도 다른 아르테 작품과 다르기도 하고 말이죠.
저도 몇몇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글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 보다는 어이없음을 많이 느끼기도 합니다.
다만, 다른 국가에 비해 상황이 좋은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은 물론이고 여러모로 평등을 위한 운동은 계속하고, 의문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보이는 극단적 주장을 하는 분들 덕분에 건전한 운동마저 축소될까 염려되네요.
글고 내용을 못봐서 뭐라 하긴 힘들지만 , 전근대에서 여성은 대단히 취약한 입장입니다. 결혼은 여성을 제약하는게 아니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구요. 이건 여성문제라기 보단 기본적인권 개념이 부재한 곳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 보호망을 스스로의 의지로 벗어던진다면... 그에 따른 결과도 감수해야죠.
작중에서 아르테의 어머니는 아르테에게 '결혼'만이 여성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하고, 아르테는 이에 반발하여 남자와 동등하게 일하고, 대우받기를 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결혼이 기본인권 개념이 부재한 곳에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에 수긍이 갑니다. 다만 모든 법이 만인에게 좋게만 적용되는 일이 없듯이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어느새 차별을 낳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차별은 지금의 보편적 가치관으로는 안좋은 쪽에 속하는 것이겠지요. 아르테 역시 현재 가치의 시점으로 그려진 작품이다보니 차별에 반대적인 입장의 아르테가 빛나는 주인공으로 그려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작품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당시의 시대를 아무리 멋진 그림이 그려지고 음악이 나왔다고 한들 짐승의 시대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게 보지 않기 때문에, 말씀하신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하는 에피소드는 본 작품에서 다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차라리 유사 시대물 판타지로 남아도 좋으니 아르테에게 불행이 닥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하지만 그녀가 극복해야 할 상대는 '남녀차별이 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남녀평등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은 틀리지 않다고 봐요.
21세기 한국남성들이 악에 받쳐 저런 댓글(중세시대 결혼제도를 여성 보호망이라는 등)을 다는게 '피해의식'이죠.
지금도 어디에나 남녀차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전세계적인 사회문제로 있는 시대인데요?
세계제일 선진국 한국만 거기에서 벗어나 있다구요?
만화 리뷰 보러 왔다가 뭐 이렇게 '예민하신 분'들이 많으신지
이런분들은 외국나가서 동양인으로서 차별받아도 인종차별 그런건 이제 없다하실 분들이겠죠?
한국사회가 여성차별이 없다라고 느껴지신다면 가장 가까운
여성 가족분들 할머니부터 누나 동생까지 제발 한번만 진지하게 물어보세요
개인적으로는 대놓고 호소하는 작품보다는 '아르테'와 같이 재미있게 읽고나면 절로 마음 속에 남는 방법을 좋아하기에, 이러한 작품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재미도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이야기라면 더욱 좋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