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 탐정: 더이상 만날 수 없어 안타까운 류몬 다쿠 Books

이 책은 작가 이나미 이쓰라의 사후 단편들 엮어 출판된 유고작 입니다. 서로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었던 '세인트 메리의 리본'과 달리 지난 단편 주인공 중 하나인 사냥개를 찾는 탐정 류몬 다쿠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가 만난 4건의 사건들을 담고 있습니다.

파트너이자 사냥개인 '조'와 함께 실종된 사냥개를 찾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냥개 탐정 류몬 다쿠. 처음 이와같은 설정을 들은 이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 사냥개 탐색 뒤에 펼쳐지는 흥미로운 사건의 전개와 이야기 속에서 보여주는 그의 매력적인 삶에 빠져들게 됩니다.

'수르랑, 따라랑'에서는 시작부터 예외적으로 실종된 아이와 순록을 쫓는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류몬 다쿠와 가네마키가 아이의 발자취를 쫓아가며 유순해보이기만 했던 아이 안에 숨어있는 강인함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기타와 사냥개'에서는 실종된 사냥개를 쫓다가 만난 평생을 길거리 가수로 살아온 남자의 인생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사이드킥'에서는 서러브레드와 마구간의 경비견이 사라진 사건을 해결하며 일생을 함께한 파트너를 지키기 위한 노인의 모험과 이들을 지키기 위해 보여주는 류몬 다쿠와 조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악역과 비둘기'에서는 사냥개 수색 중 사냥개 집단 실종 사건으로 연결되어, 밀수 사건으로 확대되어가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그려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만들 정도로 모든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지난 리뷰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서도 이러한 묘사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사냥개 탐정'에서는 류몬 다쿠 한 명의 일관된 시점으로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인지 묘사가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기타와 사냥개'에서 보여주는 오사카 거리의 묘사는 절로 머리 속에 그려질 정도로 세세하고 정돈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단편집에서는 유독 먹거리에 대한 묘사도 많이 등장한 것 같네요.

이만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보면 드라마나 영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실사화 하기 좋다고 느껴지는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이야기가 볼륨이 부족합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영화로 만들기에는 하이라이트라 할만한 임팩트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관되게 맞춤으로써 다소 여백이 있더라도 그것만의 맛을 가지고 있지만 상업영화는 역시 팔려야 할테니 이런 분위기의 작품은 만들기 어렵지 않을까요? 드라마로 만들기에는 편수가 부족합니다. 작가님께서 오래 사셔서 많은 작품을 남겨주셨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크군요.

여백이 느껴지는 전개, 볼륨감의 부족을 이 작품의 단점으로 느끼실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짧게 정리되어 있다 보니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에 설명을 요하는 분들께는 아무래도 어딘가 빠진 듯한 허전함을 느끼게 만들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세인트 메리의 리본'의 단편들도 그러했던 것으로 보아 작가님의 글이 가진 특성, 작풍인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묘사는 뛰어나지만 사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이 작품은 미스터리, 추리물로서의 매력은 부족합니다. 이 책은 독특한 남자의 삶을 바라보는 재미는 있지만 '탐정'이라는 단어를 보고 추리물을 기대하신 분들께는 아무래도 실망감을 안겨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군요. 아무리봐도 탐색은 이야기를 진행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 작품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탐색 중에 펼쳐지는 드라마입니다. 게다가 '탐정'이긴 하지만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수사물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대상이 인간이 아닌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이죠. 다시 말하자면 '이야기의 해결'을 보기 위함 보다는 사건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류몬 다쿠의 삶을 감상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류몬 다쿠는 그 인물상 뿐만 아니라 삶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자신이 정한 룰을 엄격하게 따르지만 고지식하고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 시원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인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옛날 문학이나 영상 작품들을 대화 속에서 인용하며 교양있고 지적인 모습을 어필하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타인과 대화할 때도 계속해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섬세함도 갖추고 있습니다. 야쿠자와 같이 거친 사람들에게도 조금도 겁먹지 않고 주먹을 꽂아줄 수 있는 강인함과 사건 해결 중에 처음 만난 이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망설임 없이 뻗을 수 있는 따뜻함을 지닌 멋진 남자이기도 합니다. 쓰면 쓸 수록 너무 이상적인 남자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인물이라서 그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꿈꾸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만족스럽게 읽을 수록 더이상 이나미 이쓰라님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조금 더 류몬 다쿠의 삶을 보고 싶고, 작품의 히로인이었던 김계화하고도 어떤 인연을 그려갈지 궁금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정말 많은 곳에서 '한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작가님께서 한국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궁금하고, 살아계셨다면 한국에 출판된 지금 어떤 기분이셨을지 팬으로서 한마디 듣고 싶습니다. 이제는 만날 수 없기에 모든 것을 그저 상상하고 추측해볼 뿐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네요. 적어도 작가님께서 쓰셨던 남은 작품들도 한국에 출판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덧글

  • hansang 2017/03/30 21:30 # 답글

    묘사는 정말 탁월하고 그 외에도 매력이 많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 LionHeart 2017/03/31 10:27 #

    더이상 이 시리즈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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