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는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인 '벨(엠마 왓슨)'이 과거에 아름다운 인간이었으나 저주에 걸려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야수(댄 스티븐스)'를 만나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 디즈니 만화와 동화책 정도로 감상하였기에 줄거리는 기억하지만 세세한 설정까지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작과 영화를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다만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영화는 원작과 몇몇 차이를 가지고는 있지만 바탕이 되는 원작의 이야기는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당시 남성중심적인 시대상을 보여주며 '똑똑하고 아름다운 그녀'를 '똑똑함조차 독특함으로 평가되며 차별받는 여성'으로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여성은 글을 알고 책을 읽을 필요 없이 가사에만 전념하고 남편의 뒷바라지만 해야된다 믿던 시대, 오직 아름다움만을 벨의 가치로 바라보는 개스톤의 모습을 통해 페미니즘을 다루는 영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이 영화에서 벨은 아름답기도 해야하지만 똑똑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고뇌하는 모습과 이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인한 모습을 함께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엠마 왓슨의 이미지는 이러한 벨의 모습에 딱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싸워야 할 때는 강한 인상을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에 푹 빠졌었네요.
이 이야기의 무대는 프랑스인데 아시다시피 엠마 왓슨은 영국 사람으로서 말에 영국 억양이 제법 강하게 느껴집니다. 파리 출신 이어야 할 그녀가 영국말을 하는 것을 보고 어라라~ 싶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저에게 엠마 왓슨이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됩니다. 오히려 영국의 똑부러진 억양이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벨의 성격에 더 어울리지 않았나란 생각도 드네요. PV에서도 소개된 그녀가 부른 'Belle'는 그녀의 매력적인 억양으로 벨의 사랑스러움과 똑부러짐을 멋지게 표현한 노래였습니다.


I was the one who had it all야수의 본래 성격이 워낙 까칠했다보니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안타까워보였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이 부분에서 잘못하면 눈물이 다 날뻔했네요. 엔딩 크레딧에도 나오고 벨과 모리스, 그리고 셀린 디온이 불렀던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도 무척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Evermore'가 가장 가슴을 울렸던 것 같습니다.
난 모든 것을 가졌던 이였지
I was the master of my fate
내 운명의 주인이었고
I never needed anybody in my life
내 삶엔 아무도 필요치 않았었네
I learned the truth too late
진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지

컴퓨터 그래픽스를 도입한 멋진 영상미, 매력적인 배우들과 연기,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들로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이미 아는 내용이기에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면 도중에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만족스럽게 감상한 영화였습니다. 블루레이가 판매된다면 구매도 고려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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