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과 극소의 빵: 사이카와&모에 시리즈 완결편 Books

미스테리 소설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시작한 '사이카와&모에 시리즈'의 완결편입니다. 처음 이 책을 보고 단순히 720p라는 볼륨에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읽을 때도 손에 잡고 보기가 무척 힘들더군요. 당연하지만 한 권을 읽는데 주말 하루를 통째로 써야했습니다. 그래도 투자한 보람이 있을 정도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운영하는 테마파크를 방문한 니소노소노 모에와 친구들. 테마파크에서는 과거 '시드래건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체 소실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모에 일행을 기다리는 새로운 사건, 그리고 연이어 등장하는 괴이한 수수께끼. 핵심에 존재하는 위대한 지성의 정체는...
1권의 범인이자 강한 존재감을 남기고 도주한 천재 마가타 시키 박사가 초반부터 등장하여 몰입감을 끌어올립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종보스로 여겨졌던 마가타 시키 박사의 존재가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블러프로 이용되었다는 것이죠. 본 시리즈에서는 종종 높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기상천외한 트릭이 사용된 적도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등장하는 기이한 연쇄살인사건에도 기발한 장치가 사용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규모는 다소 비현실적인 감이 있어도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해결해버리는 '정답'에 뒷통수를 시원하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감탄했습니다. 이전 작품들 중에는 종종 실망스러운 트릭도 있었지만 마지막 작품에서는 만족스럽게 놀라움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네요.

본 시리즈는 미스테리 소설로서 지니는 재미 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 역시 연구실 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인공인 사이카와 교수와 연구생들의 모습과 대화를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 전공이 소프트웨어다 보니 컴퓨터 관련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한 이 작품의 내용도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이카와 교수의 입을 빌어 말하는 작가가 가진 '연구'에 대한 자세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으며, 이 때문에 이 작품은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 외에도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는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사이카와 교수와 니소노소노 모에 뿐만 아니라 작중에 등장하는 개성적인 인물들이 그리는 드라마 역시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마가타 시키 박사와 사이카와 교수, 니소노소노 모에의 관계는 오묘함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시리즈가 마무리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아직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도 같고, 이미 결판이 난 것도 같은 기묘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 아쉬움마저 매력으로 느끼게 되는군요. 그래도 다른 작품에서 그들의 후일담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는 욕심이 남습니다.
그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네. 여보세요." 모에는 수화기를 들고 대답했다.
"니소노소노 군?"
"응? 사이카와 교수님?" 모에는 화들짝 놀랐다.
"그래. 신칸센을 기다리는 중이야. 지금 요코하마에 있는데, 전화를 거니 거기 있다고 해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 근데 그걸 떠나 정말 기뻐요."
"아니, 특별한 용건은 없는데."
"용건이 없다고요?" 모에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말요?"
...
그러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뚜뚜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모에는 그대로 약 1분 정도 전화기 앞에 서서 기다렸다.
그러나 벨은 두 번 다시 울리지 않았다.
이렇다 할 용건도 없는데 그가 전화를 걸어온 건 극히 이례적이다. 모에는 울고 싶을 만큼 기뻤다. 실제로도 울음을 터뜨릴 뻔햇다.
시리즈 완결권과 함께 책을 소장할 수 있는 수납박스를 함께 팔더군요. 적당히 튼튼한 종이상자에 자석으로 여닫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특전 완전 땡큐입니다. 다만 책을 보관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쉽게 꺼내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 아쉽네요.

수납박스와 함께 마지막 권 특전으로 '사이카와&모에 시리즈 문장집'이라는 것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 별 인상깊은 대사들을 갈무리하고 있으며, 작가 모리 히로시와 작품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습니다. 시리즈를 구성하는 작품 대부분의 제목이 사실 일본어의 언어유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네요.(예: 9번째 에피소드 '수기모형'의 원제는 스키니시테모케이'로, '마음대로 해요'의 일본어와 발음이 같다고 합니다)

함께 실려있는 모리 히로시 님의 완간 기념글에서 'V 시리즈', '사계 시리즈', 'G 시리즈'도 부탁한다고 하였으니, 한스미디어가 다음 시리즈들도 출판해줄 것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 즐겁게 읽었던 시리즈였기에 이런 좋은 작품을 쓴 작가님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 출판사와 역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춥지 않나요?"
"네. 춥지는 않습니다."
"저는 왜 이런 쓸데없는 참견을 하는 걸까요?" 시키는 우스워하며 말했다. "이런 신기한 감정은 지금껏 없었습니다. 희귀한 경험이에요."
"아름다운 감정이죠?" 사이카와의 다른 일부가 입을 연다.
"아아..."시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잠시 후 미소 지었다. "당신은, 천제예요."
"아뇨. 전 천재가 아닙니다."
...//
"네. 전부 그것과 마찬가지예요. 밖으로 밖으로 향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중간에 포기하고 움직임을 멈춰버리면 그 순간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생명의 정의. 그야말로 지루한 순환이죠. 살아간다는 것은."
"지루하십니까?"
"아뇨." 시키는 방긋 미소 지었다. "교수님...전 요즘 들어 다양한 모순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신기할 만큼 멋진 일이에요. 우주의 기원처럼 아름답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요...마지막 말로 걸맞은 말이에요."
"마지막 말?"
"그 말이야말로 인류의 묘비에 새겨질 한 마디입니다. 신이시여,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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