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영화, 만화, 소설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 Books

북유럽 신화에 대한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한국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어도,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꾸준히 소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최근에 유명한 것으로는 영화 '토르', 판타지 소설에서는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소드 아트 온라인: 페어리 댄스'가 떠오르는 군요. 저 역시 직접적으로 북유럽 신화에 대해 다룬 책은 이것이 처음이었기에, 이제까지 궁금했던 북유럽 신화 속의 신과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오딘, 토르, 로키, 이미르 등 익숙한 이름이 많이 보입니다. 다만 제가 알고 있던 이름과는 표기법이 조금 다르더군요. 예를 들어 지크프리트라고 잘 알려진 '니벨룽겐의 노래'에 등장하여 드래곤 파프닐을 죽인 영웅은 독일판이 아닌 노르웨이의 시 '에다'를 참조하여 '지구르트'라고 표기됩니다. 또한 여신 '프레이야'는 '프라야'라고 표기되며, '퍼시벌'로 알려진 성배의 기사는 독일어를 따라 '파르치팔'로 표기되고 , 원탁의 기사 '가웨인' 역시 '가반'이라고 표기됩니다. 뜻은 통하니 문제는 없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름으로 접하니 느낌이 조금 다르더군요.

총 3권으로 구성된 책이지만 본래 북유럽 신화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지 이야기 순서가 다소 뒤섞인 느낌이 듭니다. 특히 지구르트의 이야기는 몇 번씩 반복되는 모습도 보이는군요. 이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금 더 자신의 해석, 견해를 반영하여 시간순서로 보기 좋게 정리하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군요.

신들 중에서는 역시 현대에 와서 재평가 받고 있는 '로키'가 인상깊었습니다. 보물에 눈이 멀어 짐승과도 같이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다른 신이나 종족들에 비하여 로키만은 보물에 대한 욕심이 없이 보물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뭔 일만 터지면 신들은 로키의 목숨을 위협하며 문제를 해결하라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로키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게다가 신들은 로키의 자식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장남 펜릴은 말뚝에 박아 묶어놓고, 차남 요르문간드는 바다에 버리고, 막내딸인 헬은 죽은 자들의 세계 니플헤임에 던져버렸습니다. 이 정도 취급을 당하면 비뚤어질만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들의 황혼 '라그나로크'는 어쩌면 왕따에 의해서 일어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밖에 여러가지 알게되었지만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이하 던만추)'라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오탈'이 실제 신화에서도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신화 속에서도 프라야(프레이야)를 섬기는 인간 영웅이자, 프라야가 그를 아껴 수퇘지로 바꿔 타고 다니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게다가 던만추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애정을 보여주는 주점 직원 '시르(Syr)'는 프라야를 다르게 부르는 말로 '돼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실제 던만추에서도 시르와 프레이야의 관계성에 대한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는데, 이름 자체가 복선이었군요. 프레이야의 단원 중 소인족 쌍둥이 4명으로 이루어진 걸리버 형제는 프레이야에게 브리징가멘을 만들어준 스바르트알프하임의 난쟁이들이 모티브인 것일까요? 마찬가지로 단원 회그니와 헤딘은 신화에서는 장인과 사위의 관계로 회그니의 딸이자 헤딘의 아내인 힐데의 마법으로 인해 라그나로크가 오기 전까지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영원한 싸움을 하는 사이로 등장합니다. 이렇게 보면 던만추가 북유럽 신화의 설정이나 이름을 많이 따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더해 회그니의 무기는 한번 뽑으면 반드시 사람을 죽이고, 베인 사람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 다인슬라이프입니다. 이 칼은 나무위키에 검색하면 '하이스쿨 DxD',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Fate stay night', '던전 앤 파이터',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등에 등장한다고 하네요.

북유럽 신화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마법 맷돌 그로티'와 '발퀴레와 백조 옷' 이야기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어렸을 때 들었던 한국 옛날 이야기와 많이 닮았기 때문인데요, 그로티의 경우 무엇이든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점이 한국의 이야기와 다르지만 바다에 빠져 소금을 계속 만들어 바다물을 짜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는 결말이 동일합니다. 더해 슬락피트, 에길, 뷜룬트 삼형제는 목욕 중인 발퀴레의 백조 옷을 숨김으로써 그녀들과 결혼할 수 있었는데요. 전쟁을 그리워하는 발퀴레가 결국 백조 옷을 찾아 사냥꾼 곁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의 흐름이 '선녀와 나무꾼'과 무척 닮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멀리 떨어진 두 나라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신기합니다.

사실 사냥꾼들의 이야기에는 뒷이야기가 있는데 이쪽은 충격적이라서 기억에 남습니다. 삼형제 중 뛰어난 대장장이였던 뷜룬트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집에서 그녀를 위한 반지를 만들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을 들은 니두트 왕은 그의 집에 쳐들어가서 반지와 검을 훔치고, 본인을 잡아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불구로 만들어 가둔 뒤 일을 시켰습니다. 이에 원한을 품은 그는 왕의 두 아들을 죽이는데 복수가 살벌합니다.
뷜룬트는 죽은 두 아이의 발을 잘라 모루 옆에 구덩이를 파고 따로따로 묻었다. 이어서 아이들의 두개골에 끓는 은을 부어 커다란 잔 두개를 만들었다. 눈알 네 개는 가공하여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들고, 이빨은 여인네의 앞가슴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목걸이로 만들었다. 뷜룬트는 은잔 두 개를 니두트 왕에게 선물했다. 눈알로 만든 보석 장신구는 왕비의 몫이 되고, 이빨 목걸이는 딸 뵈트빌트 차지가 되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그 모습에 경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밖에 왕의 딸도 임신시키고 도망가지요. 왕이 행한 일들이 하나같이 악독한 것이였기 때문에 분노는 이해가 갑니다만 죄없는 아이가 죽어서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오딘, 토르, 로키가 나오는 신화 뿐만이 아니라 이 책은 북유럽의 신화들을 다루고자 했기 때문인지 3권에서는 북구 신들이 등장하지 않는 베오울프나 기독교 시대의 영웅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성배의 기사 파르치팔, 백조기사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다루어지는데 이 영웅들의 이름 역시 익숙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이전 '아발론 연대기'를 읽었을 때의 성배의 기사는 란슬롯의 아들 갤러해드였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파르치팔'로 다루어집니다. 하지만 두 영웅 모두 붉은 옷을 입어 '적기사'로 불린다는 점과,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라는 점, 선한 기사가 오기 전까지 죽지 못하는 운명을 지는 왕을 구한다는 점, 성배를 지키는 성에서 성배에게 선택받는 다는 점이 비슷하네요.


여러모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북유럽 신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즈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같습니다.

p.s. 전자책으로 구매했더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신명과 인명도 쉽게 검색이 되어 좋네요.

덧글

  • 기획P 2017/05/12 20:22 # 삭제 답글

    와; 이 내용을 이렇게 서평을 쓰시다니. 서평쓰는 솜씨가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나는 뭘 읽은건가 생각이 드네요.

    전 이 책 읽으면서, 로키좀 그만 괴롭혀라! 신들이 왜이리 약한 것 같지, 이런 생각밖에 안들었던 것 같은데.

    서평 잘 읽고 갑니다
  • LionHeart 2017/05/12 22:49 #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었던 일본 라이트 노벨과 비교한 글이 많기에 공감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많았을 것 같아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야 덕분에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말이죠. ^^;

    앞으로 좀 더 유익하고 흥미로운 서평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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