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님의 전작과는 달리 '클레이모어'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습격하여 내장을 먹는 '요마' 그리고 이들에게 대적하기 위해 탄생한 요마의 피와 살을 이식한 여성 전사 '클레이모어'가 존재하는 세계. 이 작품은 클레이모어 중 한 명인 클레어의 전사로서의 인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피가 난무하고 인간과 인간과 닮은 요마가 찢겨죽는 연출과 함께 소중한 이가 요마에게 살해당하거나, 요마로 변한 소중한 이를 죽이는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라 전작과는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독특한 그림체는 오히려 '클레이모어'와 같은 작품에 어울렸다고 개인적으로는 평가합니다.

그림 뿐만 아니라 내용 역시 매력적입니다. 클레이모어와 요마의 싸움이 주가 되는 작품이기에 전체적으로 배틀물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클레이모어가 약자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주인공과 그 일행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곧 죽을 것처럼 처절하게 싸웁니다. 작가님께서 인기를 끄는 캐릭터라고 살려주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연재 중에는 작중의 전투가 있을 때마다 독자들도 긴장하며 보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클레이모어가 요마의 힘을 너무 사용하면 각성하게 되어 인간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설정 때문에 전투의 판도가 어찌 흘러갈지 알 수 없어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도 있습니다.
작중 설정 또한 흥미롭습니다. 클레이모어는 그 실력에 따라 1번부터 47번까지의 번호를 부여받으며, 주인공인 클레어는 47번이지만 과거 최강의 1번 전사인 '미소의 테레사'와의 인연을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입니다. 각 전사들은 단순히 칼을 휘두를 뿐만이 아니라 고유의 장기를 가지고 있어, 이를 나타내는 수식어를 이름 앞에 붙입니다. '미소의 테레사', '환영의 밀리아' 등이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능력은 이후 전사가 각성자가 될 때, 각성자의 외양에도 반영됩니다. 적으로 등장하는 각성자들과 특출나게 강한 '심연의 강자'라는 설정도 흥미롭군요.
복수를 위해서 때로는 생존을 위해서 싸우는 클레어의 이야기는 곧 '클레이모어'와 '요마'를 둘러싼 진실에 다다르게 되며 이야기도 제법 흥미진진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진실을 알게된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클레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너무 인상깊은 나머지 조직 쪽 에피소드가 영 시원찮게 끝난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런 기분이 들었던 것은 결국 작품의 세계 밖에 더 큰 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인데, 과연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도 좋은 것일까?란 의문이 남았기 때문이겠지요. 결국 '요마'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 더 큰 전쟁은 어떻게 된 것인지?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작품이 끝났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작가님께서 다른 작품으로 다뤄주시면 좋겠는데...어떨까요?
시나리오와 그림, 세계관과 캐릭터성 모두 만족스러웠던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엔젤전설'에 이어 '클레이모어'까지 2연속으로 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그린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덧글
애니메이션도 꽤 괜찮았죠.
전 그 이유를 리뷰에서 적은 것과 같이 갑자기 판이 배 이상으로 커졌는데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아서였다고 느꼈어요. 차라리 스케일이 조금만 작았어도 적당한 선에서 좋게 마무리 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