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즈하라 남매는 부모를 잃은 초등학생들을 돌봐주는 외진 섬, 귀등의 섬에 있는 기숙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비밀이 있는 듯한 학교 분위기, 불온한 소문, 섬뜩한 증거물, 친구들의 위기로 인하여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섬에서 탈출을 시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주제는 '의심암귀(疑心暗鬼)'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어른은 아이들을 의심하게 되면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작가님 고유의 그림체로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호러물을 읽고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어째서 그런 일이?', '그들의 목적과 정체는?', '수수께끼 단서들의 의미는?' 등과 같은 의문을 품으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과 사건으로부터 7년 후를 다루는 에필로그에서 오해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사건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준비한 점을 통해 미스터리물로서의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악당 한 놈 때문에 만들어진 악의 때문에 다른 이들의 의심이 증폭되고, 이야기는 비극으로 굴러떨어집니다. 결말부에 제대로 된 해결편이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건 과정에서 사망한 이들의 사연 때문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자뻑하여 이야기를 키운 빌어먹을 꼬맹이들도 문제지만, 미꾸라지같은 악당 한 놈만 없었어도 이런 형태로 사건이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나만이 없는 거리'에는 찾아 보기 힘들었던 수위 높은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작가님의 최근 작품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고 성인등급의 묘사는 없습니다. 다만 소년들이 읽기에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지금의 15세 등급은 적절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림체가 최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상당히 다른 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산베 케이 님께서 그린 성인 여성이 이렇게 육감적일 줄은 몰랐네요.
결말부에서 밝혀진 진실에 허탈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기에 제법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만이 없는 거리'를 재미있게 읽어 작가님께서 그린 이전의 미스터리물을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본 작품 자체도 제법 재미있었지만, 이전 작품들로부터 어떤 부분을 살리고, 제거하여 최근의 작품을 그리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감상한 것 또한 이 책의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덧글
오히려 귀등의섬도 좀 덜한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