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내가 전화를 걸었던 장소: 시련을 넘어 사랑을 이루어내는 이야기 Books

'3일간의 행복(수명을 팔았다. 1년 당 1만 엔에)'의 작가 미아키 스가루 님의 책으로 '네가 전화를 걸었던 장소', '내가 전화를 걸었던 장소' 2권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이 책 역시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처럼 '사랑', '행복', '불행'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 판타지를 살짝 가미한 글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얼굴의 커다란 반점을 콤플렉스로 가지고있는 고등학생 후카마치 요스케.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어느 날 아무도 없는 공중전화기에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됩니다. 전화를 건 상대는 그의 반점을 없애줄테니 여름방학 마지막 날인 8월 31일까지 그가 초등학생 시절 짝사랑했던 하지카노 유이와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내기를 하자고 합니다. 내기에 응한 다음 날, 거짓말같이 반점은 사라지고 첫사랑의 그녀와 재회하게 됩니다. 초등학생 시절 누가봐도 천사와도 같았던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던 그녀. 하지만 3년만에 다시 만난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에게 있었던 커다란 반점이 있었고, 자살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한 점만 없었다면, 고백했을텐데(그/그녀와 잘 됐을텐데)'같은 생각은 한번쯤은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번 미아키 스가루님의 책 역시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는 'IF'로부터 이야기를 출발하는군요.


이 이야기는 일본의 '인어 비구니 전설'과 '인어공주' 이야기가 섞인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을 무대로 하고있습니다. 특히 작중의 등장인물은 인어공주 이야기를 빼닮은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사랑하는 이와 재회하기 위해 마녀에게 자신의 흠(인어의 다리)을 없애달라는 점, 소원을 이루지 못할 경우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덕분에 이야기를 이해하기도 쉽고, 플룻과 소재만을 따와 새로운 무대에서 재미있게 재구성해낼 수 있었다는 점에 감탄했습니다.

물론 더욱 감탄한 것은 역시 '인어공주'와 같은 모티브가 된 원작의 힘입니다. 이 책 외에도 동화, 전설, 명작이라 구분되는 책들을 모티브로 삼아 소재나 플룻을 따와 재구성한 글들은 많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다른 작품에까지 계속하여 영향을 끼치는 불멸의 작품들의 존재를 생각하면 오싹오싹하네요.

주인공인 후카마치 요스케가 너무 담백한 인간이라 책을 읽으며 내내 초조했던 것 같습니다. 첫사랑과 재회하였으나 사랑의 감정을 폭발시키기는 커녕 어찌해야할지 모른채 피하고, 미루고, 눈을 돌리는 모습에 처음에는 무척 답답했습니다. 주인공에게 호감을 품고 이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오기우에 치구사와의 관계 때문에 앞으로 어떤 전개가 될지 가늠하기 힘들어지고, 오기우에에게 마음이 기울면서도 계속해서 하지카노를 눈으로 쫓는 후카마치의 모습이 복장이 터지더군요. 불행에 빠진 첫사랑의 상대 하지카노가 아니라 오기우에와 함께 새로운 사랑을 쫓는다고 해도, 이도저도 아닌 것보다는 더 시원했을 것 같습니다. 미스테리어스하고 흥미진진한 전개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뒷이야기를 읽고 싶은 마음과 주인공의 행동에서 오는 답답함이 부딪히며 더 초조하게 느껴졌네요.

하지만 아무리 주인공이 답답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 보여도, 시간은 기다리지 않고 흐르며, 사건은 착착 전개되어 갑니다. 여기서 다시 미아키 스가루 님 작품다운 반전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지요. 특히 거짓된 해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를 속이고, 다시 한번 반전의 해답을 제시하는 전개 덕분에 무척 즐거웠습니다.

다만 이 책은 추리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에게 '진실'을 깨닫게 해줄 단서를 제공하는 것에 친절하지 않습니다. 정작 일이 일어나고 난 뒤에서야 원인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단서가 되는 키워드가 이곳 저곳에서 언급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등장인물을 움직이는 동기와 같은 것들은 어디까지나 상상의 범주에 포함되어 사전에 진실을 밝혀내기에는 무척 힘듭니다. 어차피 이 책은 추리소설로서 작성된 것도 아니고, 준비된 장애를 극복하여 사랑을 이룬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에 크게 아쉬운 부분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오기우에 치구사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녀의 등장은 주인공에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반점이 없어짐으로써 자신의 조건이 좋아지니 하지카노에게 입은 은혜도 잃고 새로운 사랑으로 갈아타는 것은 좋게 보이지 않겠지요. 하지만 작중에서 묘사되는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웠고, 그녀 역시 목숨을 건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점, 반점의 유무와 관계없이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점, 그녀와의 인연 역시 하지카노 못지 않게 오래되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주인공과 독자를 뒤흔듭니다.
여기까지는 흥미진진했지만, 후카마치가 오기우에의 상실에서 하지카노의 사랑으로 전환되는 부분이 영 마땅치않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주인공의 답답함이 다시 빛을 발하는 부분이라고 해야할까요? 오기우에의 사랑이 온전히 전해지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인지 너무나 미련없이 넘어가는 전개에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결국 종장에서까지 오기우에는 후카마치와 하지카노의 사랑을 돕고 기원했을 뿐, 과거의 사랑과 새롭게 이룬 사랑을 그리며 계속해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그녀에게도 행복한 엔딩이 마련되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미련이 남는군요.


미아키 스가루 님의 책을 좋아했지만 이전에 읽은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에 너무 절망했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실제로 오기우에의 상실에서는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네요. 곧 주인공에 대한 분노로 잊혀지기도 했지만, 이어지는 새로운 시련이 하지카노에게도 찾아오며 에필로그에 이를 때까지 긴장감을 늦츨 수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바라던 해피 엔딩으로 이어져서 만족감과 함께 깊은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책도 이것으로 4번째가 되니, '미아키 스가루 코드'를 깨우치게 됩니다. 메인 소재와 전개는 다르지만 모든 작품들이 비슷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어찌보면 도전이나 새로운 시도에 의한 변화나 진화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전 비록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경우가 적더라도 아직까지는 사랑, 행복, 불행을 다루고 있는 지금의 스토리 텔링이 마음에 드는군요. 미아키 스가루 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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