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팬스: 깨어난 괴물 - 사실감있는 SF 소설 Books

Netflix 오리지널 드라마 '익스팬스'의 원작 SF 소설 'The Expanse: Leviathan Wakes (익스팬스: 깨어난 괴물)'은 국내에 전 2권으로 출판되었으며, 전자책으로도 출판되고 있다. 시리즈가 완결된 것은 아니고 2부인 '칼리번의 전쟁'으로 이어지며, 판권을 가지고 있는 영국 출판사 '오비트'와 9부까지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하니 꽤 긴 장편소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세기 우주. 구조신호를 수신한 얼음수송 우주선 캔터베리 호의 부선장 제임스 홀던은 동료들과 함께 함선 스코풀라이로 향한다. 하지만 수수께끼의 스텔스 함선에 의해 그들이 스코풀라이를 조사하는 동안 캔터베리 호와 그곳에 있던 동료들은 사망하게 된다. 홀던은 생존과 복수를 위한 모험을 하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지구, 화성, 외행성동맹은 전쟁을 시작한다. 한편으로 왜행성 세레스의 조세푸스 알로이시우스 밀러 형사는 행방불명 된 부자집 딸 줄리엣 안드로메다 마오(줄리)의 행적을 쫓는 중 그녀가 캔터베리 함선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제임스 S. A. 코리는 다니엘 에이브러햄과 타이 프랭크의 공동 필명이다. 이 책은 제임스 홀던과 조세푸스 알로이시우스 밀러 두 사람이 주인공이 등장한다. 두 작가는 이 두 주인공 중 한 명을 정해 한 챕터씩 교대로 쓰고, 상대방이 쓴 챕터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고치는 방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흥미로운 집필방식이다.

사전에 논의를 했겠지만 두 주인공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홀던은 정의를 구현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고, 밀러는 좀더 현실적인 사람이다. 이 차이는 에로스 우주정거장 탈출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적을 제압하고자 하는 홀던과 달리 밀러는 자신들의 생존율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살인을 불사한다. 다음의 글이 둘이 가진 사고방식을 잘 나타낸다.
"세상에는 꼭 해야만 하는 올바른 일도 있는 거야." 홀던이 말했다.
"올바른 일 따위는 없어, 친구." 밀러가 말했다.
"좀 덜 그를 수도 있는 일들만 있을 뿐이야."
홀던은 다른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웅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그럴까? 나는 홀던보다는 밀러에게 더 많은 공감을 했다. 홀던은 옳고 그름을 나누는 판단이 매우 빠를뿐더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주저가 없다. 덕분에 그는 적들의 음모에 쉽게 이용당하며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결국 이야기가 진행되며 밀러도 홀던에게 한 수 접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홀던과는 계속 대등한 관계로 남아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 활약해주기를 기대했다.

이 작품 세계에는 크게 세 가지 세력이 존재한다. 모든 나라가 국제연합(UN-united nation)으로 통일된 지구, 화성의회공화국(MCR-martian congressional republic), 그리고 외행성동맹(OPA-outer planets alliance)이다. 지구는 부유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독점하며, 화성은 강력한 군사조직을 지니고 지구와 대립한다. 소행성대에서 사는 이들은 지구와 화성에 자원을 대는 노동자로 이루어져있으며 이들은 독립을 부르짖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문화는 물론이고 외모마저 달라진 각 세력에 대한 설정이 작품에서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작품을 SF판 '왕좌의 게임'이라고 부를 정도이며, 서로다른 인간의 세력이 지닌 정치, 경제 등의 설정과 이로 인해 유발되는 세력간의 갈등은 높은 현실성을 띄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세력들이 캔터베리 호의 사건을 기점으로 긴장을 띄게되며 전쟁에 휘말린다. 그리고 이 전쟁 또한 누군가의 음모였다는 것이 밝혀지며, 밝혀진 흑막의 목적으로 인해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 점이다.

이 작품에서 인간들은 우주 개척에 성공하였으며, 우주선을 이용한 우주여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SF에서 등장하는 초광속, 초공간, 워프, 상대성이론이 등장하지 않는 '뉴터니언 스페이스 오페라'이다. 이는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의 도움 없이, 뉴턴 역학을 바탕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한다. 즉 이 작품에서 함선을 고속으로 이동할 때는 엔진의 추진력을 이용하여 그저 날아간다. 덕분에 작중의 인물들은 중력의 압박으로부터 버티기 위한 매우 불쾌한 방법들을 동원해야만 한다. 이런 설정은 독자들이 이해하기도 쉽고, '진짜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다만 번역에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벨터들이 사는 공간을 '구멍', 우주 통신에 이용되는 '좁은광선'은 한글이 아닌 영문 발음으로 표기하거나 다른 전문용어를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좁은광선은 실제로 사용하는 단어 같기는 한데, 원어로 무엇이었을까?

홀던을 중심으로 한 캔터베리 호의 생존자들과 밀러 형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하여 교차한다. 둘이 만나 정보를 공유하며 밝혀진 진실로 인해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진실을 향해 단서를 더듬어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소설을 떠오르게 하며 흥미진진하다.

'깨어난 괴물'의 존재는 다른 SF와 같이 외계에 있을 지성체와 이어지는 실마리가 될까? 아니면 단순히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원시분자로서 다루어지며, 이를 둔 인간들간의 갈등을 그리는 작품이 될까? 1부 이후 이어질 전개가 궁금하다.

작품에서 그리는 미래가 실제로 다가올 것과 같은 사실감, 우주 스케일의 세력간 갈등, 흥미진진한 등장인물들의 모험에 푹빠질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시리즈의 남은 후속권들도 무사히 정식발매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말이 되는 전쟁이란 건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을 겁니다. 전쟁이란 우리 본성에 박힌 광기입니다. 가끔 재발하죠. 가끔은 진정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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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젤론 2017/06/16 16:52 # 답글

    ....이 시리즈 재미있을듯하네요.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생각해봐야할듯
  • LionHeart 2017/06/16 17:35 #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입니다.
    지성 있는 외계인들과의 싸움없이 우주가 개척된 미래에서 인간들간의 갈등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부제에도 언급된 '괴물'이 나타난 뒤로는 서로 반목하던 인간들이 어찌 대응할지 궁금하게 만들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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