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소년 니케는 마왕 기리를 물리치기 위하여 전설의 마법 구루구루를 사용하는 미그미그 족의 소녀 쿠쿠리와 여행을 떠납니다.세월 때문인지, 다시 읽기 무척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듯한 카오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분명 무척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북북노인의 춤을 따라하며 낄낄대고, 쿠쿠리의 구루구루 마법진을 외우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읽어보니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모험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 작품은 고전 RPG '드래곤 퀘스트'를 모티브로 제작하여 작중 연출이나 모험 내용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그릴 법한 무슨 동물인지 알 수 없는 괴상한 것을 소환하는 구루구루 마법과 멋쟁이 폼을 잡아 적의 시선을 끌거나 최종 결투에서 응가가 마려운 등의 엉뚱한 전개는 익숙하지 않으면 읽기 힘들게 만들어줍니다. 만약 개그포인트가 맞지 않을 경우 이 작품은 단순히 정신나간 작품으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당혹스러운 느낌에 제가 나이 먹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만들어주더군요. 더해 마법진 구루구루는 연재 당시에 만연했던 전통 RPG 모험담의 클리셰를 깨는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정신나간 작풍을 이 작품의 개성이라고 넘어간다 해도, 니케와 쿠쿠리 그리고 북북노인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공기같았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대부분 여행 중에 만난 이들이기에 재등장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동료로서 함께하는 토마나 쥬쥬, 룬룬과 어둠마법 결사대 총재도 큰 활약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나이 들어 읽어보니 재미보다는 아쉬운 점과 당혹스러운 점이 많았던 작품이었지만 어렸을 때 미처 보지 못한 20년만에 이 작품의 결말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구루구루 마법의 진실과 등장인물들의 모험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알게되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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