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소시민 포기? Books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님의 '소시민 시리즈'의 세번째 에피소드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은 상하편 2권으로 나뉘어 출판되었습니다.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이후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고바토와 오사나이.
고바토는 새로운 여자친구와 함께 그간 꿈꿔왔던 소시민의 일상을 한껏 누린다.
한편 마을에서는 방화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다룬 교내 신문의 기사가 화제가 된다.
하지만 이 사건 어쩐지 수상한데...
이번 에피소드는 고바토와 신문부의 우리노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됩니다. 우리노는 오사나이와 사귀게 된 남학생이며, 학창시절 동안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소년입니다. 어째서 주인공 중 하나인 오사나이가 아니라 우리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가? 이는 고바토와 우리노를 비교하여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비범함을 강조해주는 장치였습니다.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지난 여름철 사건 종료 후 결별하고 각자 새로운 사람과 사귀게 됩니다. 고바토는 밝은 성격에 약간 노는 여자 아이인 나카마루와 함께 매우 평범한 소시민으로서의 삶을 살게 됩니다. 여름철 유괴사건에 이용된 자동차의 전소 사건과 신문부 부장 겐고의 의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바토는 이전 두 사건에 비해 방화사건 조사에 대한 적극성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소시민의 삶을 구가하며 짬짬이 검증과 풀이를 수행하여 진실을 밝혀냅니다.

반면 또 한명의 화자이자 오사나이의 연인인 우리노는 탐욕적으로 사건을 기다렸고, 방화사건을 풀이할 기회가 주어지자 다소 폭주하는 기미가 보일 정도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는 오사나이의 정보조작에 의해 놀아나 오답에 도달하고, 내적으로 박살나고 맙니다. 오사나이에게 행한 한 번의 실수로 인하여 복수의 세례를 받은 불쌍한 이가 되었지요. 이처럼 우리노는 소시민의 대표로서 소시민이 아닌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비범함을 강조해주는 안타까운 역할에 위치한 인물이었습니다.

노골적인 재능의 차이를 보여주는터라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노는 특별해지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수도 많고 자아도취에 빠지는 경향이 있지만 단점들을 고치고 잘 키우면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는 소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사나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재능 없는 소시민이라는 카테고리에 두고, 그의 한계를 결정 짓습니다. 오사나이는 사랑을 하면 자신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우리노를 도왔을 뿐, 그의 노력에 감화되었거나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노력하는 그에게 반해서 도운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노의 실수 한 번으로 그간 쌓아온 관계를 폐기하고, 현재 그가 가장 소중히 키우고 있는 바람을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잔인한 복수를 행합니다. 오사나이의 눈에 들 때는 일이 잘풀리고, 눈 밖에 나는 순간 곤두박질치는 우리노의 운명. 이와 같이 재능있는 이로부터 일방적으로 유린당하는 소시민의 모습은, 소시민에 포함될 저로서는 불편하게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건 자체는 등장인물들이 풀이하기는 어려웠으나, 두 인물들이 겪은 일을 모두 알 수 있는 독자에게는 제법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노의 폭주가 빤히 보이고, 소설에서의 등장빈도 및 대화 내용을 통해 용의자를 소거법으로 제거하다보면 결국 한 명 밖에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설의 구조를 이용하여 범인을 유추하는 것이기에 올바른 추리 소설을 읽는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이 작품은 단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친절하지 않은 편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사건풀이에 관련하여 아쉬웠던 점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로 우리노의 결정적 실수 중 하나였던 방재계획 문서의 미확인입니다. 설마하니 고바토와 같이 다른 문서와 비교하지 않았을 줄이야. 심지어 방화장소를 유추하는 근거를 교내 신문으로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해서 확인하고 우리노에게 고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교내에서 관심이 높아진만큼 방재계획 문서를 실제로 찾아보려고 하는 이가 교내에서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요? 신문부 신입부원들 중에서도 없었다는 것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로 우리노가 숨겨왔다고 하는 방화범의 흔적에 대한 것입니다. 방화한 장소에는 반드시 무언가를 망가트린 흔적이 있다는 것인데, 제가 범인을 특정해낸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처음에 읽고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버려진 자동차, 스쿠터, 자전거에 어딘가 파손이 있는 것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동일한 표식이 남은 것도 아니고, 파손될 수 없는 것이 파손되었던 것도 아닌 이 현상을 방화범의 표식으로 특정해내는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갔습니다.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보물 감추듯이 꼭꼭 숨기는 우리노의 모습에 어이 상실했었네요.
마지막으로는 고바토가 사용한 범인을 추려내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었습니다. 방화범이 교내 신문에서 지목한 장소에서 방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되고, 방화범이 있는 반을 특정해내기 위해 각 반마다 배부되는 교내 신문의 내용을 조금씩 바꾸었지요. 하지만 서로 다른 반의 친구들이 모여 이 화제로 이야기 할 경우, 이 장치가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은 걱정하지 않은 것일까요? 방화사건이 교내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다음 범행 장소를 맞추기 때문이기에 이 화제로 이야기를 할 경우 장소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장소가 보다 구체적으로 변경되는 변화가 있었는데 말이죠. 더해, 고바토가 말한대로 교내신문을 가족이 읽을 가능성, 그리고 학생이 아닌 교사나 교무원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도 너무 편의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방화사건이 오사나이의 짓인 것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던 상편에서, 이를 부정하는 하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니화가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쿄애니에서 제작했던 '고전부 시리즈'의 애니메이션 '빙과'와 같이 이 작품도 애니메이션화 되었으면 좋겠네요. 매번 외출 옷을 바꾸는 오사나이의 모습, 그리고 우리노가 거듭 묘사하는 '요염한 오사나이'의 모습이 실제로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겉모습은 어리지만 논리적으로 사건을 대하는 그녀의 모습, 그러면서도 가차없이 복수를 저지르는 격정적인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 오사나이를 어떤 성우분이 연기할지도 궁금해지네요. 아...결국 오사나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은 것이군요.


결국 재결합한 고바토와 오사나이 콤비. 이제는 그들도 소시민이 되고자 하는 목표도 반쯤 포기한 상태입니다. 타이틀만 봐서는 '겨울철' 사건도 있을텐데, 소시민이라는 고삐가 풀린 이 콤비가 다음 사건과 어떻게 마주할지 궁금하네요.
'소시민'이란 평범해지기 위한 슬로건. 다시는 고립되지 않기 위한 방침. 나는 쓸모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라는 백기.
그런 슬로건을 삼 년이나 내걸고서야 깨달았다. 정말 평범해지고 싶다면, 마지막 순간에 자아를 꾹 눌러 담는 데 그런 슬로건은 필요 없다. 백기를 흔들수록 본심과의 간극이 군소리가 된다. 마음속으로 상대를 우습게 보는 마음이 쌓여서 썩어간다.
그게 아니다. 필요한 것은 '소시민'의 가면이 아니다.
단 한 사람, 이해해줄 사람이 곁에 있다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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