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 우타하의 위기 LightNovel

이제까지 표지를 장식한 히로인이 해당 단행본의 중심인물이었기 때문에, 10권 초반에 전개되는 blessing software 부원 여름합숙 에피소드 전개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여름합숙 에피소드에서는 이미 졸업한 우타하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니나다를까, 합숙 둘째 날에 등장한 코사카 아카네로 인하여 이야기가 단숨에 우타하 루트로 진입해버리는군요.

여름합숙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인공 아키 토모야가 게임 제작을 핑계로 연애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질투와 분노로 짜증이 났었습니다. 애초에 부원들을 히로인으로 게임에 등장시키고, 실제 일어났던 일을 모에 망상으로 포장하여 함께 제작하는 짓을 부끄럽지도 않게 잘도 한다 싶습니다. 본인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는 해도 저에게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핑계로 작업걸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것은 개성적인 히로인들이 아니라 아키 토모야가 계획하고 있는 게임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우타하 루트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오랜만에 본편에서 모든 히로인들이 모였습니다. 배신자들인 카스미가오카 우타하와 사와무라 스펜서 에리리는 물론이고, 등장이 적었던 효도 미치루, 그리고 뉴페이스임에도 좀처럼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하시마 이즈미, 그리고 메인 히로인 카토 메구미. 이들 덕분에 앞선 주인공의 인생(?)에 대한 불만을 지우고 훈훈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작년 봄부터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blessing software'에 단둘 밖에 없는 창립 멤버이자 최강의 말단 직원으로서 서클을 지배하고 있는, '투명한 물에 먹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며 서서히 검은색으로 물들어 간다'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속성에 눈뜨고 있는 여자애.
...
먹구름, 이 위압감, 그리고 이 절망감. 이것이 바로 암흑 모드가 된 메구미의 본성인 건가...
그 중에서도 메구미는 강력한 정처력으로 이번에도 변함없이 활약하였습니다. 제가 의식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렇게 모두 모이고 보니 그 존재력이 압도적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메구미가 주인공과 우타하의 썸씽을 신경쓰는 듯한 모습과, 에리리 시나리오 작성을 배신이라 부르는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에피소드를 거치며 주인공 곁을 지키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메구미입니다만, 그 독특한 성격 때문에 연애 쪽으로는 아직도 이렇다 할 속칭 '러브러브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준 에피소드들도 남녀라서 의식하는 것이지, 만약 하시마 이오리와 주인공으로 치환하면 단순히 우정과 동료애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편 중에 조금씩 던져지는 이런 작은 장면들을 통해 메구미와 주인공의 관계를 어림짐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부분이 전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고,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찌될 것인지 기대되는군요. 둘이 맺어져도 좋고, 끝까지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긴장감을 가진 동료의 관계로 끝나는 것도 좋습니다. 작가님께서 어찌 끝을 낼지 궁금하네요(죄송하지만 제 안에서 이 작품의 마지막은 메구미와의 관계로 끝나는 것으로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다른 히로인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이번 10권의 히로인은 앞에서 말했듯이 우타하입니다. 필즈 크로니클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blessing software를 떠날 때만 해도 우타하가 에리리를 보호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러한 예상을 깨고 아카네에게 박살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우타하였다는 전개가 좋았습니다. 주인공이 신봉하는 존재이자 완벽에 가까운 인물인 그녀의 약한 모습은 이제까지 보여준 당당한 모습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그녀가 다시 일어나는 과정은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에도 에리리 때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자신의 게임에 등장시킬 히로인의 시나리오로서 '우타하 루트'를 작성하고, 데모 게임으로 만들어 우타하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제작된 우타하 루트의 결말을 그녀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주인공도 자신의 의도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녀는 멋지게 부활하여 코사카 아카네가 기대한 것 이상의 작품을 쓰는 것에 성공합니다.
주인공은 무엇을 전하고자 했고, 우타하는 무엇을 깨닫게 된 것일까요? 제가 책을 너무 대충 읽은 것일까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자신의 색을 지키며 쓰라는 것도 아니었고,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라는 응원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장르(게임, 소설)에 맞는 글을 쓰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만큼 성장했으니 이번에 당신 차례다!라는 것도 아니고...당신이 좋아할 만한 나와 당신의 러브러브 스토리를 썼으니 이것을 에너지 삼아서 힘내!라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이런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우타하의 위기라는 흥미로운 사건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은 즐길 수 없었습니다.
재미가 없으니 투박한 부분에 눈이 가는거야.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야기에 거부 반응을 느끼는 거지. 하지만 재미있다면, 그것은 마약처럼 사람의 마음을 중독시켜...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드는거야.
아마도 작가님의 생각이겠지만, 우타하의 이 말은 상당히 공감이 가더군요. 제 리뷰에서도 취향이 맞니 어쩌니하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보통 '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진짜 재미있는 작품은 취향에 맞건 안맞건 푹빠질 수 밖에 없거든요. 저도 도대체 내가 왜 이 작품을 읽고 있는지, 소중히 하는지 모를 정도로 평소 부르짖는 취향과는 정반대인 것들이 있습니다. 진짜 재미있는 작품은 취향따위 초월하지요. 그리고 전 취향은 물론이고 스포일러 및 재감상도 초월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를 통해 '첫경험'은 빼앗길 수 있지만, 진짜 재미있는 작품은 스포일러 따위에 지지않아요. 당연하지만 재감상해도 그 재미는 마모되지 않습니다. 단지 스포일러를 피하는 이유는 '첫경험'을 포함해서 그 작품을 100% 즐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죠. 저도 가능하면 본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이 점을 배려하고자 노력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끝내주게 재미있는 작품' 반열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히로인들이 매력적이라서 읽는 맛이 있네요.

그 밖에 우타하가 '한 달에 25만 엔 +집세'로 기둥서방을 제안하는 점에서 주인공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꼈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작성한 둘의 러브러브 이벤트를 읽을 때의 우타하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카페에서 '주인공을 공략하기 위한 좋은 정보를 얻었지만, 그대로 쓸 수 없어서 고민된다'라는 반응과 에필로그에서 몇번이고 플레이를 반복하며 하악대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주인공 녀석은 '카스미가오카 우타하 뒷설정' 작성 내용을 봐서는 히로인들의 여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망상 취급해버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니...이 정도의 눈치 없음은 있어야 하렘 주인공을 할 수 있는건가 싶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 10권에서는 특히 등장인물들의 메타 발언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주로 관련 작품을 광고하는 형태로 말이죠. 이런 것들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는 줄었으면 좋겠네요.


에리리 때와 마찬가지로 우타하의 문제도 게임 시나리오 작성으로 해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메인 히로인인 카토는 물론이고 이즈미나 미치루의 독립 에피소드도 있을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다만 13권 완결이 예정되었기 때문에 과연 가능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남은 히로인이 3명이고 본편이 3권 남았으니, 이제 시나리오가 한눈 팔 때마다 히로인 한 명의 에피소드가 사라질테니 말이죠. 지난 GS 2권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미치루의 숨은 활약이 돋보였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에 의하여 그녀가 미소녀 게임 히로인이 될 수 없는 문제점을 명시하였으니 쿨타임용 에로 요원에서 순애물 히로인으로 발전하는 에피소드를 꼭 좀 다루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후반에 등장한 이즈미는 그렇다치고 미치루는 비중이 너무 박해요...

이제 이 작품도 몇 권 남지 않았으니 이것으로 더이상 우타하 에피소드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어떤 히로인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나는, 쭉 최전선에 서서 유행을 쫓고 있어. 단 한순간에 멈춰 설 순 없어. 프로만이 알아볼 수 있는 건 만들지 않아. 항상 새로운 손님을 공략할거야. 오랜 손님이 떠나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아. 하지만, 지금 있는 손님을 일부러 내팽개치는 건 말도 안 돼. 내가 만든 새로운 세계에, 새 손님도, 단골손님도, 전부 데리고 갈 거야. ... 적어도, 나는 그러겠다는 마음으로 이쪽 일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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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onHeart's Blog :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1: 우와 정말 귀엽네요... 2017-10-16 19:57:01 #

    ... 고~, 토모가 대충대충 쓴 시나리오로(1권 분량을 통째로 써가면서) 그 두 사람을 꼬셔서 해결했잖아. 그런데 왜 이번에는 그 중요한 과정이 생략된 거냔 말이야~!"지난 10권 리뷰에서 에리리와 우타하 에피소드가 끝났으니 미치루와 이즈미도 독립 에피소드로 다루길 바란다고 했었는데...과감하게 잘려나가버렸군요. 불쌍합니다. 정말 히로인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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