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여자친구를 사랑하게 된 무카이 히로나기의 죄와 벌 LightNovel

'문학소녀', '히카루 시리즈'의 작가 노무라 미즈키 님께서 글을, '딸기 100%'로 잘 알려진 만화가 카와시타 미즈키 님이 일러스트를 맡으신 작품입니다. 제목이 무척 길군요. 덕분에 책이 어떤 내용인지 한번에 알 수 있습니다. 제목에서 풍겨오는 짙은 NTR(네토라레: 남의 배우자나 애인과 정을 통하여 빼앗는 장르)의 냄새에 읽고 싶지 않았지만, 노무라 미즈키 님의 글이니 작은 기대를 걸고 읽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무카이 히로나기와 아이바 요헤이는 절친한 친구사이 입니다. 잘생기고, 잘 놀고, 놀면서도 낙제하는 일은 없으며, 1학년부터 배구부 레귤러가 되었으며,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바. 그리고 무카이는 키는 크지만 성실만이 장점인 평범남입니다. 둘 모두 중학교 때의 사건으로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지 않았지만, 어느 날 친구 아이바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보고를 하게 됩니다. 과거로 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친구를 축복하는 무카이였지만, 아이바의 여자친구 후유카와 코토는 몇 개월 전부터 무카이가 연심을 품고 있던 상대였다는 이야기.


이 작품이 성인지였다면 무카이는 질투에 미쳐서 친구 아이바를 증오하게 되고, 심각할 경우 후유카와 조차 미워하며 둘에게 못된 짓을 하는 스토리를 가졌겠지요. 하지만 노무라 미즈키 님의 글이다 보니 주인공은 우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등교하던 후유카와를 피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등교하고(나라면 늦게 나가는 선택지를 골랐을텐데, 이 성실한 녀석같으니), 사에키 사오코가 무카이와 후유카와가 맺어지도록 부채질해도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그녀에게 냉담히 대하는 등 현실이었다면 인연따위 맺어지지도 않고 끊어졌을 레벨로 사랑을 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둘은 기가 막히게 마음이 맞아서, 서로 만나지 않기 위해 피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동일하여, 피한 시간과 장소가 매번 같게 되고,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가 없게 만듭니다. 결국 작가가 짜놓은 운명에 패배하고, 죄를 짓게 되더라도 후유카와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는군요.

NTR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처럼 얌전하고 매우 플라토닉한 연심을 나누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무카이의 일방적인 마음이 아니라, 아이바와 사귀기 전부터 후유카와도 무카이를 좋아했다는 설정인지라 약탈애는 느껴지지 않네요.

그렇다면 친구인 아이바만 불쌍해진 것처럼 보입니다만, 또 이 놈이 이미 친구를 배신한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는 설정입니다. 가정교육 문제로 성격에 살짝 문제가 생긴터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바는 주인공에게 열등감을 품고 있습니다. 결국 열등감은 '무카이만을 좋아하는 여성을 좋아한다'라는 약탈애로 발전해버린데다가, 일단 빼앗고 나면 '무카이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게 되어 흥미를 잃고 버리게 되는 요상한 취향을 가지게 됩니다. 중학교 때의 사건과 이번 후유카와 코토 모두 이런 마음에서 접근한 것이기에, 책 제목은 주인공이 빼앗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이바가 빼앗았던 것이라는 반전이 있습니다.

덕분에 잘난 친구 녀석이 단숨에 못난놈으로 추락하게 되는군요. 애초에 가질 것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녀석이 남의 것을 빼앗고 있었다는 사실이 좋게 보일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은 여기에 다시 구명줄을 던집니다. 중학교 때 무카이가 좋아했던 여성을 빼앗은 이후로 잦은 발작이 일어나며 토하는 벌을 받아 왔다는 것이지요. 결국 청춘을 구가하듯 무카이와 아이바는 주먹다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벌을 받으며, 벌을 주는 것으로 갈등은 해결됩니다.

이와 같은 전개 덕분에 이야기를 따라가기는 무척 쉬웠습니다. 하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인상적인 장면이 없습니다. 학교 최고의 미녀이자 괴짜인 사에키 사오코는 설정이 아까울 정도로 활약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아이바와 후유카와가 3개월 계약 커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인공의 깊은 고뇌도 헛짓이었다는 느낌이 들고, 애초에 헤어진 뒤에도 친구의 애인은 건들면 안된다는 생각에 공감할 수가 없어서 쓸데없이 힘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먹으로 서로를 이해한다는 전개도 뜨겁다고는 생각하지만 공감되지는 않아요. 주먹다짐 해봐야 아프기만 하지,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좀 맞고 때린다고 서로를 이해할 리가 있나요? 억하심정만 깊어질 것 같은데요?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며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이와 같은 생각들을 하는 것은 제가 소심하고 뒤끝이 긴 성격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무카이와 후유카와가 SF 소설 팬이라서 저도 읽었던 작품이 언급되거나 모르는 작품이 소개되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품들은 메모해두었다가 기회될 때 읽어봐야겠습니다.

지켜주고 싶은 가녀린 느낌,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상냥함,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집있는 후유카와의 모습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여성이 있다면 겉모습에 따라서는 수수해보일지 몰라도, 알게 될 수록 매력적인 여성이지 않을까 싶군요. 무엇보다 마치 한 몸이었다는 듯이 생각과 행동이 주인공과 일치하는 운명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사람간의 사귐에 있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둘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를 클리어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리하자면 제목에서 느껴지는 NTR 느낌과는 달리 풋풋하고 얌전한 학원 연애물로서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강한 한 방이 없어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주인공에게 편의적인 운명적 전개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네요.

덧글

  • 불멸자Immorter 2017/06/28 23:25 # 답글

    오... 뭔가 제목에서 생각지 못한 내용이군요...? 역시 노무라 미즈키님 글은 읽어야 하는 것인가!
  • LionHeart 2017/06/29 10:45 #

    제목과는 달리 질척질척하지 않은 무난한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전 남에게 추천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습니다.
  • rumic71 2017/06/29 16:46 # 답글

    사귀던 걸 뺏은 건가요? 아니면 그냥 새치기를 한 건가요?
  • LionHeart 2017/06/29 20:16 #

    굳이 결론을 내리자면 누가 빼앗은 것도, 빼앗긴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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