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인간이 가진 더러운 욕망을 잘 보여준 작품 Comics

이전 리뷰했던 '사조영웅전'과 같이 작가 김용님의 무협소설을 만화화한 작품이며, '소오강호'는 홍콩영화 '동방불패'의 원작이기도 합니다. 본 만화책은 총 26권으로 완결되었으며, 국내에도 정발되었고 전자책으로도 출판되었습니다.


소오강호는 화산파의 장문 악불군의 수제자인 주인공 영호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탈함, 총명함, 남자다움을 모두 갖춘 남자이지만 갖은 사건에 다 얼굴을 들이대는 성격으로 무림의 패권을 둘러싼 음모에 휘말리게 됩니다. 정파와 사파의 싸움, 그리고 정파와 사파의 내분 등을 다루고 있으며, 인간의 더러운 점을 접하게 되며 영호충은 함정에도 많이 빠지게 되지만 그의 사람 좋음 덕에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극복해나갑니다.


정파와 사파의 싸움, 그리고 실은 내부적으로 곪아버린 각 파의 내분을 다루는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음모에 휘말리며 한 때는 내공을 잃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이를 극복하여 정파의 무공과 사파의 무공 모두를 익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웅으로서 성장합니다. 이러한 무림 내 세력다툼과 영호충의 활약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지난 사조영웅전의 주인공 곽정과 황용이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와 같았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 영호충은 소신있는 삶을 살아가며 불의를 참지 못하는 곽정의 모습과 기지와 꾀가 넘치는 황용의 모습 모두를 가지고 있어 둘을 합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영호충이 어려서부터 함께 커온 악영산만을 사랑하는 모습, 운명으로 인해 그녀와 헤어진 뒤로는 임영영만을 바라보는 한 여자만 사랑하는 모습 또한 사조영웅전의 주인공들과 닮았군요.

다만 김용의 무협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듯, 영호충도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사람의 목숨을 쉬이 여기는 면이 강했습니다. 게다가 뭘 그렇게 자꾸 잃어버리는지...뭘 얻기만 하면 누군가에게 도난당하거나, 어디서 흘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은 보면서 정말 답답하더군요.


작중에 사파의 최고 고수로 동방불패가 나오는데, 실제로 어렸을 적 보았던 홍콩영화 '동방불패'의 원작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어렸을 때 봐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은 동방불패 뿐이었기 때문에 두 작품이 서로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원작에 해당하는 소오강호에서 동방불패는 잠시 지나쳐가는 보스 중 하나로 영화와는 존재감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를 통해 밝혀진 '규화보전'의 정체를 시작으로 무림 고수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거세하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어렸을 적 영화를 보았을 때도 '남자가 여자가 되는 무공' 설정에 경악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자를 버릴 정도의 꿈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 '거세'하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다양하게 찾고 계셨지만, 개인적으로는 욕망을 위해 거세까지 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였기에 작가님께서 그들의 욕심을 비웃는 것이라 느꼈습니다.


주인공 영호충을 제외하고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그의 스승 악불군이었습니다. 오악검파의 일파인 화산파 장문인이자 군자검이라는 별호를 가진 인물입니다. 정파에서 성인군자인 척을 하지만 뒤로는 음모를 꾸미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모습이 정말 악독해보여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자식처럼 키워온 영호충을 배신하고, 음모에 빠트리고, 죽이려고 들 때 처음에는 그가 고지식하고 답답한 성격이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밝혀지는 진실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친딸마저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개쌍놈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악역이었습니다. 결국 그 때문에 가족 모두가 죽임을 당하는 운명을 겪게되기에, 아내와 딸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김용 님의 매력적인 스토리와 무협만화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이지청 님의 작화가 만나 멋진 작품을 만든 것 같네요. 무협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덧글

  • 라무 2017/07/05 01:10 # 답글

    옛날에 무협 한창 읽을때는 국내 신무협소설들이나 의천도룡기 사조영웅전 풍운 녹정기 이렇게 읽었는데 간만에 이글을 보니 무협이 땡기는군요
  • LionHeart 2017/07/05 11:12 #

    저는 아직 무협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화도 재미있는 것보면 원작은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김용 작가님의 무협소설들을 구매해두었으니 읽을 날이 기다려지네요. :)
  • ㅇㅇ 2017/07/05 18:42 # 삭제 답글

    김용 소설들은 대부분 만화화가 됐지만 이지청만큼 원작의 묘미를 잘 살려낸 작가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지청이 제가 김용 소설들 중 가장 좋아하는 두 작품인 사조영웅전과 소오강호를 그려줘서 참 다행이에요.
    의천도룡기 만화판 같은건 정말 끔찍했는데 말이죠...
  • LionHeart 2017/07/05 22:40 #

    제가 작가 김용 님의 소설을 만화화 작품들 중 이 두 작품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행운이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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