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1: 아이작 아시모프 SF 소설 Books

꽤 이전에 구매해두었는데 이제서야 읽게되었습니다. 이 책은 국내에 출판된 SF 소설계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 총 7권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작품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부터 1992년까지 50년에 걸쳐 집필한 역작이며,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등을 수상한 명작입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본 작품에 등장하는 학문 '심리 역사학'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실재하지 않는 학문이라 가장 유사한 '경제학'을 선택했다고 고백할 만큼 영향력이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국내 출판사 '황금가지'에서는 국내에 첫 소개되는 아시모프의 유작 '파운데이션을 향하여'를 포함한 완전판으로, 과거 뒤죽박죽으로 출판되었던 순서를 바로잡아 최초 루간일순에 맞게 재정돈 및 원서와 동일한 권수로 출간하였습니다. 또한 전자책으로도 출판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시리즈 전권을 읽고 리뷰를 적을까 하였지만 최근 바빠지기 시작하여 언제 완독할지 알 수 없게되어 각 권에 대한 감상을 적기로 하였습니다.


이 책에는 '제국'이라는 은하를 통일한 인류의 국가가 존재하며, 이야기는 실재하지 않는 학문인 '심리 역사학'의 전문가 해리 셀던이 제국의 멸망을 수학적으로 정확히 예측하며 시작합니다. 500년 뒤 제국의 수도 트랜터가 망하게 될 것이란 것을 예측하고, 이후 이어질 3만년에 이르는 무정부 상태에 의한 혼란과 문명의 후퇴에 대비할 것을 계획합니다. 멸망을 막을 수는 없지만 3만년의 혼란을 1천년으로 단축시킬 수단으로 제국의 모든 지식과 역사를 기록하는 은하대백과사전 편찬을 제안합니다. 이를 위해 제국에게 터미너스와 또 하나의 행성을 받고, 이들을 '파운데이션'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1권에서는 파운데이션 중 하나인 터미너스의 약 100년에 걸친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 행성의 역사, 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부분만 골라 이야기 형식으로 읽고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하나의 국가 수준이 아닌 행성과 은하를 둘러싼 초거대 스케일을 다루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여기에 1천년간의 미래를 사전에 예측해두고, 예측한대로 역사가 흘러가도록 만드는 전능자, 예언가와 같은 해리 셀던의 존재감도 인상깊습니다.


1권의 터미너스는 '셀던 위기'라 불리는 파운데이션에 닥친 3번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신들뿐만 아니라 터미너스 인구 중 절반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여기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백과사전이야말로 우리 존재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최대 목적이 과거의 자료를 분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만 일보 전진하여 무엇인가를 이룩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네들이 퇴화하고 심지어 이룩한 업적까지도 잊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십니까? 외곽성역에서는 원자력이 이미 자취를 감췄습니다. 감마 안드로메다에서는 수리를 잘못해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해 버렸습니다. 제국의 총리 대신 각하는 원자력 기술자를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무엇일까요? 새로운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 아닙니다. 오히려 원자력 사용을 제한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힘주어 말했다.
"아시겠습니까? 은하계 전체의 문제입니다. 과거에 대한 숭배, 그리하여 초래한 현실의 퇴보, 그리고 정체!"
첫 번째는 제국에 대한 반란이 심화되며 은하 변방에 위치한 터미너스가 독립국들의 위협에 직면하는 사건입니다. 터미너스의 존재의의를 백과사전 편찬 뿐이라고 믿고 있으며 황제와 제국이 보호해줄 것만을 믿고 있는 지도층에 대항하여 샐버 하딘이 현실을 지적하고 새로운 지도자로 일어서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제국으로부터 독립되고 고립되어 기술이 석유, 석탄 시대로 퇴화되어버린 독립국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국의 유산은 남아있지만 모두 로스트 테크놀로지로서 사용할 줄만 알지 이를 재생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 모습은 21세기에 출판되고 있는 판타지 소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설정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행성에 살고 있을 수많은 독립국 국민 중에 기술 문명의 후퇴를 막을 수 있던 자가 없었다는 것에는 의문이 들었지만 덕분에 백과사전 편찬을 위해 싸우지 않고 기술을 수집하고 정리하던 터미너스가 기술 대국이 되어, 독립국들 사이에 불가침영역으로 보호받게 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요점을 말하자면, 그 종교는...사실 파운데이션이 만들고 성장시켰지만...엄밀히 말하자면 독재 체제 위에 세워진 것이라네. 우리가 아나크레온에 제공한 과학 기계를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제 계급이지. 하지만 사제들도 과학 기계들을 단지 경험에 의존해서만 다룰 수 있게 배운다네. 그들은 이 종교를 전적으로 믿을 뿐 아니라 그들이 다루는 힘의 영적인 가치를 믿고 있다네. 예를 들면 2개월 전에 어떤 바보 같은 녀석이 테살레키안 성전의 발전소를 잘못 다루었다네. 말할 것도 없이 그자 때문에 도시 다섯 개 블록이 폭파되어 날아가 버렸지. 그런데 이 사건은 사제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에게 신의 징벌로 받아들여졌다네."
두 번째 위기는 아직 지도자 샐버 하딘의 치하에서 일어납니다. 파운데이션 외적으로는 터미너스로부터 공급받은 기술력을 이용해 반대로 터미너스를 점령하고자 하는 독립국들의 위협, 그리고 내적으로는 이러한 위협을 인지한 이들이 기술공급을 막고 무력으로 침략에 대응하자는 세력이 대두한 것입니다. 이 역시 샐버 하딘의 수완으로 멋지게 해결됩니다.

샐버 하딘은 첫 번째 위기 이후, 자신들의 기술력을 파급하며 이에 대한 설명을 '은하령'에 의한 비과학적인 존재의 힘이라고 설명하고 종교를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원자력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전문가는 이 은하령을 믿는 사제들에 의하여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종교적 믿음과 원자력에 의한 실질적인 수혜를 바탕으로 터미너스 주변 독립국들은 기술적으로 파운데이션에 의존하게 되고, 많은 국민들이 종교적 중심지인 터미너스를 숭배하게되며 더더욱 침략할 수 없게 됩니다.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라는 설정이 재미있었습니다. 하딘은 이 과학 종교를 이용하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전쟁 없이 위기를 넘어가는데 성공합니다. 이러한 전개가 재미있었어요.
"해리 셀던이 옛날 우리 미래를 계획했을 때 그가 믿은건 훌륭한 영웅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거대한 흐름이었어. 그러므로 여러 가지 위기는 그때마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힘으로 해결해야만 했어. 이번 경우, 그 힘은 바로 무역이야!"
세 번째 위기. 그것은 종교국가의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매우 조용히 찾아왔고, 이를 눈치챈 무역상인이었던 호버 말로가 해결합니다.

파운데이션은 단순히 과학을 종교로 포장하여 주변을 뒤에서 지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곧 포교를 위한 믿음의 원천이 되는 원자력 기계의 보급이 상업을 발전시키게 되고, 종교가 지배하는 상업제국의 양상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이 역시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이번에는 과학도 종교도 아닌 무역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 속 주인공이 바뀌며 과학, 종교적 믿음, 무역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터미너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SF 소설의 즐거움 뿐만이 아니라,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것이라곤 해도 역사서를 읽는 재미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직 터미너스, 파운데이션의 역사는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해리 셀던이 계획한 1,000년에 달하는 신 제국 건설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무척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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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onHeart's Blog : 파운데이션 2: 한 시대의 끝을 고하며 2017-08-24 20:4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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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7/08/15 23:43 # 답글

    2권 이후로는 방향이 많이 달라지는데 1권을 마음에 들어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즐겁게 읽으시기를...
  • LionHeart 2017/08/16 13:04 #

    적어도 1권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후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하고 또 기대되네요. ^^
  • 키키 2017/08/16 01:55 # 답글

    재밌는 책 고르셨군요. 같이 팬이 되어요
  • LionHeart 2017/08/16 13:04 #

    아이작 아시모프 님의 책은 재미있게 읽은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적어도 이 시리즈의 1권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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