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펜더스는 앞선 작품들을 감상한 시청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1화에서는 각 영웅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앞의 이야기를 모른다면 어째서 데어데블이 침울해하고, 그와 함께 등장한 여자 기자(캐런) 및 변호사(포기)와는 어떤 관계인지 모를 겁니다. 무엇보다 핸드가 부활시킨 일렉트라와 데어데블의 관계가 후반에 밝혀지기에 매우 뜬금없는 전개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4명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을 때도, 핸드에 대한 적개심과 공포감을 표출할 때 이전 작품들을 감상하지 않았다면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겠지요. 방송 순서대로 감상하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는 있겠지만 드라마 아이언 피스트는 드라마 데어데블을 감상하지 않아도 보는 것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디펜더스만큼은 앞선 작품을 모두 감상하고 봐야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드라마 디펜더스는 8화로 종영되며, 생각보다 훨씬 작은 볼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적절한 볼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각 영웅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핸드의 음모에 말려들며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사정으로 핸드에 접근하는 영웅들은 그 과정에서 다른 영웅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 때 아직 서로를 모르는 영웅들 사이에서 갈등도 발생하게 되고, 결국 이해가 일치한 그들은 팀을 만들게 되지요. 이렇게 힘을 합치기까지의 이야기가 전체 드라마의 50%를 차지합니다. '영웅들이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같은 유치하지만 흥미진진한 전개를 다루고, 오해를 풀고 힘을 합치는 영웅들이라는 전개가 왕도적이지만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자 믿을 수 없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다른 영웅들의 능력이나 내력은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본 드라마에서 가장 재미있어야 할 후반부보다 이 전반부가 가장 마음에 들었네요.
이는 다시 말하자면 클라이맥스여야 했을 핸드와의 싸움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루크 케이지 때도 그랬지만 최종보스라고 여겼던 알렉산드라가 너무 허무하게 가버립니다. 그녀 개인에게도 인상깊은 과거나 내면의 갈등 등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를 충분히 묘사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조직 핸드를 구성하는 다섯명의 수장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굉장히 포스있게 등장하지만 영웅들을 위기에 몰아넣는 것은 수장 개인이 아니라 핸드라는 조직 그 자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앞선 시리즈에서 고생했던 영웅들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 덕분에 조직으로부터 피해를 받는 일은 거의 없었고, 핸드와의 싸움은 핸드 졸개들이나 수장들과의 육탄전이 대부분입니다. 개개인의 능력은 영웅들에 비해 떨어지다보니 위기다운 위기가 별로 없었다고 느껴지며 이는 작품의 재미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일렉트라가 영웅들보다 뛰어난 개인이었지만...블랙 스카이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 부족과 그녀의 이야기를 데어데블 개인과의 이야기로 이끌어가게 되며 영웅의 앞을 막는 장벽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기에는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8화라는 볼륨은 가장 재미있는 전반부 이후 덜 재미있는 후반부가 지루해지고 정 떨어지기 전에 끝낸 적절한 분량이었다라고 느꼈습니다.

세상에 독립 드라마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장애로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제시카 존스가 이렇게 눈에 띄지 않다니...그녀 역시 루크 케이지와 함께 설명이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데어데블이나 아이언 피스트보다는 정상이었습니다. 루크 케이지는 몰라도 제시카 존스가 디펜더스의 상식인으로서 팀을 이끌었던 점은 놀라운 부분이었네요.


모든 이들은 데어데블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수녀들이 그를 간호하는 영상이 나옵니다. 코믹스에서는 '본 어게인'에서 멧 머독의 어머니 그레이스 머독이 수녀로서 등장해 데어데블을 구해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다음 데어데블 드라마에서도 그녀가 등장하는 것일까요? '본 어게인'은 멧 머독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비참한 이야기였을텐데 드라마에서는 어떤 식으로 전개해나갈지 궁금합니다.
다음 넷플릭스의 마블 시리즈 드라마는 '퍼니셔'입니다. '데어데블 시즌2'에서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되는군요. 존 번설이 연기하는 짐승같은 프랭크 캐슬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악인들에게 총알과 폭탄을 배불리 먹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덧글
(꿀잼 시리즈를 모은다고 다 꿀잼이 아닌데...)
'퍼니셔'에 희망을 걸겠습니다.
퍼니셔는 저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근데 정작 드라마는 평이 안 좋군요. 역시 이쁜 눈 이쁜 코 이쁜 입 이쁜 귀를 각각 갖다붙힌다고 미인은 안 되나 봅니당...
범죄자 처단하는 내용인건 뻔하고...그러니 어떻게 처단하는지 그거 위주로 봐야겠네요.
하지만 본 블로그는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별도의 스포표시는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