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고전부 시리즈 6번째 책 Books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님의 애니메이션 '빙과'의 원작소설 '고전부 시리즈'의 6번째 책입니다. 5번째 책 '두 사람의 거리 추정' 이후로 국내 기준 약 2년만의 신간, 일본 기준 6년만의 신간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책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던 앞의 책들과 달리 6권은 6개의 단편이 담겨있는 단편집입니다. 하지만 각 에피소드가 앞선 이야기들의 후일담인 경우가 있어서, 사이드 스토리라기 보다는 이제까지 고전부 시리즈 이야기를 정리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1. 상자 속의 결락
학생회장 선거의 투표수가 총 학생 인원보다 40표 정도 많아진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학생회장 선거의 입회인으로 참여하게 된 사토시는 개인적인 이유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했고, 수수께끼를 풀기 위하여 오레키를 찾아 상담합니다.

트릭은 무척 심플하였습니다. 다만 실행 가능할까?를 생각해보면 이외로 간단할 것도 같고 불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개표인원이 얼마 없는데 이렇게 눈에띄는 과감한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2. 거울에는 비치지 않아

오레키 호타로가 아닌 이바라 마야카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오레키, 후쿠베, 이바라는 모두 같은 중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졸업생 전원이 하나의 졸업작품을 만드는 행사로서 2m 크기의 거울의 틀을 조각하기로 결정되었고, 각 학생들은 조각의 일부를 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레키는 당초 디자인 된 모양대로 조각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이바라를 포함한 같은 반 모두에게 원망을 받게 됩니다. 어째서 오레키는 그런 일을 했는가?를 뒤늦게 파해치는 마야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추리할 수 있는 단서가 거의 없습니다. 호타로가 사고를 친 이유의 결정적인 단서는 가시적인 정보로 제공되어야 하겠지만 본 책에서는 마야카 혼자 보고 해답을 찾아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하여 '어째서 이바라 마야카는 첫 등장때부터 지금까지 오레키 호타로에게 쌀쌀맞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디어 풀렸습니다. 책임감이 강하다고 해야할지, 맡은 임무를 반드시 수행해내는 성격인 마야카에게 있어서 공동작업인 졸업작품을 망쳐버린 오레키 호타로는 불성실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기억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겠지'로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파해친 뒤, 그간 오레키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을 사과까지 하는 마야카의 호쾌함(?)에 반할 것 같네요.

3. 첩첩 산봉우리는 맑은가

호타로는 고전부에서 헬기를 좋아했다는 중학교 영어선생님 오기의 이야기를 꺼내고, 이를 계기로 후쿠베로부터 오기는 벼락을 3번 맞은 적이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됩니다. 두 가지 사실로부터 '어째서 오기는 헬기를 좋아했는가?'에 대해 좋지 않은 사실을 감지한 호타로가 의문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이 에피소드는 기억에 있습니다. 어디서 본 것일까요? 앞선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다루어진 적이 있었던 것일까요?

타인의 마음을 깊게 배려하는 오레키의 마음가짐이 인상깊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4. 우리 전설의 책

다시 이바라 마야카의 에피소드입니다. '쿠드랴프카의 차례'에서 있었던 만화 연구회(이하 만연)의 사건으로 인하여 만연은 만화를 그리고자 하는 그룹과 읽기만 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반목하게 됩니다. 동아리 분단의 위기에 직면한 이바라 마야카는 어떤 선택을 취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재능에 모든 것을 건다.
선배, 그건 괴로운 일이에요. 친구도 같은 편도 다 버리고 미덥다는 보장도 없는 자신의 재능에 모든 걸 거는 것은, 너무 두려워요. 선배는 그러겠다는 건가요? 제게도 그러라는 건가요?
성인이 되고 대학도 졸업하니,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마야카와 같이 조금이라도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재능을 키울 것을 응원하고 싶어지는군요. 심지어 좋아하는 것과 재능이 같다니 부러운 일입니다.

던져진 문제는 '어째서 이바라의 노트를 훔쳤는가?' 정도입니다만 역시 풀이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군요.

그리고 호타로가 중학교 때 작성한 '달려라 메로스'의 독후감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정말 호타로다운 작품해석이었습니다.

5. 긴 휴일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던 오레키 호타로는 산책을 하다 도착한 아레쿠스 신사에서 주몬지와 지탄다를 만나게 됩니다. 지탄다를 도와 신사를 청소하며 오레키는 어째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이라면 간략하게.'를 모토로 삼고 있는지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제가 '착하기만 하면 이용당한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언제일까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편해서 이용당한 것'을 깨달은 오레키와는 달리 '고마워 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그만두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오레키가 저보다 훨씬 착한 아이였다는 이야기네요. 반성합니다.

누나인 오레키 도모에가 말한바와 같이 오레키 호타로는 인간관계에 대해 영악하게 처신하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머리가 똑똑하여 손해보는 타입의 인간인 것 같습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한 옳고 그름을 알기에 이에 따라서 행동하지만, 다른 사람은 이를 모르기에 오해를 삽니다. 그렇다고 오해를 풀거나 요령 좋게 처신하는 방법을 몰라서 손해를 봅니다.

어쩌다 지금의 오레키 호타로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하였는지 알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6.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합창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지탄다 에루가 실종되어 그녀를 찾는 이야기입니다.

이제까지 자신의 스탠스를 무너트린 적이 없었더 지탄다 에루가 처음으로 흔들린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생에 선택지가 늘어난 것에 혼란스러워 하는 그녀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합니다.


5권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의 이야기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서 이전 리뷰를 찾아보았지만, 지금보다 글이 엉망진창이라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불연소된 느낌'만은 기억하고 있어서 이번 6권이 5권과 연결될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 떠오르더군요.

예상과 달리 6권은 단편집이었습니다만 5권에서 조금씩 언급되었던 마야카의 만연 문제를 포함한 몇몇 이야기들은 이번 단편집으로 정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느낌이 든다고 말한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정확히 5권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6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지탄다의 신변에 큰 변화가 있었고, 친구인 후쿠베 사토시와 이바라 마야카도 저마다 미래에 대한 마음을 결정한 듯 보입니다. 오레키 호타로를 제외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만 보자면 6권에 실린 에피소드는 모두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아직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작가님께서 고전부 부원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책을 계속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어떤 이야기와 마주할지 기대됩니다.
그러다가 문득 기억났다. 그때 누나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며 덧붙였던 말을.
─분명 누군가 네 휴일에 마침표를 찍어줄 테니까.

덧글

  • ㅇㅇ 2017/09/03 13:54 # 삭제 답글

    3번은 애니에서 나왔습니다.
    문화제 끝나고 한 17~20화 사이로 기억합니다
  • LionHeart 2017/09/04 10:11 #

    역시 그렇군요.
    이 책이 2016년 출판된 책에 실려있는 에피소드가 2012년 방송된 애니메이션에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제 착각인가 싶었거든요. 아마 이전 어딘가에 연재된 작품이 이번 단행본에 실린 것 같네요.
  • 방울토마토 2017/09/03 14:06 # 답글

    이제 발표한게 없어서 7권은 언제 나올지 모르겠네요...7권부터는 3학년이 되려나
  • LionHeart 2017/09/04 10:12 #

    아직 작중 시간배경이 여름이고, 지탄다 에루의 일도 있으니 2학년 가을이나 겨울편을 다루지 않을까요?
  • 불멸자Immorter 2017/09/03 14:38 # 답글

    오오...신간이 나왔군요! 또 회사에다 요청을 해야겠네요 ㅋㅋ
  • LionHeart 2017/09/04 10:12 #

    여전히 안정적인 재미를 보장해주는 책입니다. :)
  • 괴인 怪人 2018/09/02 16:15 # 답글

    며칠 전에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상은 역시 쿄토애니메이션에 빙과를 맡긴게 신의 한수였네요..
  • LionHeart 2018/09/10 11:18 #

    뒤늦게 덧글을 확인하고 답글을 남깁니다.
    저 역시 쿄토애니메이션이 빙과를 담당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분량이 좀 쌓이면 이후 이야기도 애니메이션 제작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쿄토애니메이션에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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