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장 카레르: 과자로 나라를 구한다 LightNovel

'문학소녀', '히카루' 시리즈를 쓰신 작가 노무라 미즈키 님의 픽션 시대극입니다. 국내에도 출판되어 총 2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제목인 '아르장 카레르'는 작중에 등장하는 여왕의 과자장인인 주인공 이름입니다. 플로리아라는 가상의 왕국에서 극작가를 하고 있는 오귀스트 라 글뤼가 우연히 아르장이 운영하는 가게를 알게되고 그 과자의 맛에 반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과자를 만드는 것 같지 않는 외모와 무뚝뚝한 성격으로 인하여 오귀스트는 아르장의 정체를 의심하지만, 사실 그는 '장군의 은 사냥개'라고 불리던 동란의 영웅이자, 여왕의 과자 장인이었습니다.


이 책은 중세 시대를 무대로 하는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아르장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담고 있습니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실은 '히카루' 시리즈보다 앞서 기획된 작품이었지만 당시에는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아 미루어진 작품이라고 하네요. 글을 쓰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뚝뚝한 주인공 아르장 카레르의 성격을 재미있게 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때문에 서글서글하고 귀여운 오귀스트라는 젊은이가 추가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의 모티브는 실존 인물인 19세기 프랑스 요리사 앙투안 카렘이라고 합니다. 작가님께서 그의 삶을 다룬 이야기에 반한 것이 후기에서 뜨겁게 느껴집니다. 덕분에 저도 그의 인생이 어땠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파란만장하다는 그의 인생을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실제로 읽어보면 주인공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이 무엇을 모티브로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가상왕국 플로리아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서 왕족이 기요틴에 처형당하는 역사, 내전으로 인해 정세가 불안해진 틈을 타서 주변 국들이 침공하여 고생하는 이야기는 중세 유럽, 특히 프랑스의 이야기를 따왔습니다. 여주인공인 여왕 록산느는 누구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플로리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정복왕 바르트레옹은 이름과 외양묘사부터 나폴레옹을 빼다박았지요. 많은 부분이 창작된 가상의 세계이지만 모티브가 되는 실재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제법 재미있습니다.

주인공 직업이 과자 장인이다보니 최근 쏟아져나오던 '먹거리'를 소재로 하는 소설과 같이 다양한 과자들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먹거리 소재를 다루는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다행히도 이 작품에서 과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닌 해당 에피소드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존재이거나 소품 정도로 다루어지며 별도로 제대로 된 드라마가 갖추어져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 심장은 하나뿐이야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 아르장 카레르라는 캐릭터였습니다.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일단 알게되면 반할 수 밖에 없는 인물상은 '히카루' 시리즈의 주인공 코레미츠와 같습니다. 그 역시 무뚝뚝하고 자기 감정 제어가 뛰어나서 좀처럼 동요하는 법이 없습니다. 껄끄러운 상대에게는 쓴소리도 거침없이 하며, 눈매도 사나워서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뿜어냅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이를 그냥 두지 않을 뿐더러, 그들을 구한 뒤 이름조차 남기지 않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 태도는 단순히 착한 사람의 인상을 넘어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이라 불릴만한 무대에는 나가지 않고 담담하게 과자를 만들어가는 갭이 또 매력적이네요. 무뚝뚝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 또한 뛰어나서, 타인이 가장 바라는 것을 충족시키는 능력도 뛰어나 많은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오로지 여왕 하나만을 가슴에 품는 모습 또한 반할 정도로 멋집니다. '어머, 멋진 남자!'란 말이 절로 나오는 이상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사랑해서는 안될 이를 사랑하고 만 백작영애 수제트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서로 얽히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으로 묘사되었던 점과 오귀스트와 니농의 보기 훈훈한 참견이 좋았습니다. 작품의 마지막을 담당했던 크라이슬러 회의 에피소드는 납득할만한 전개이긴 했으나 아직까지 먹거리로 만사 해결해버리는 전개에 익숙하지 않은터라 그저 그랬습니다. 에필로그의 경우 록산느가 어딘가로 시집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독신을 지키며 아르장과의 사랑을 지켜냈던 점은 의외였습니다. 조금 무리가 있는 결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해피엔딩은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문학소녀', '히카루' 시리즈만큼 강한 인상은 남기지 않았지만 다른 단편들보다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계속 시리즈화 해주었어도 좋았을텐데란 아쉬움도 남는군요.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는 낭비투성이의 나라를 만들고 싶어! 쓸데없는 것을 향유할 수 있는 나라를! 그때가 되면 아르장, 당신을 여왕의 과자 장인으로 임명할게. 그리고 당신을 시켜서 과자의 성을 만들게 할 거야."

덧글

  • rumic71 2017/09/11 18:15 # 답글

    충분한 분량을 가지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진행해나갔으면 좀 더 설득력있는 전개도 가능했을 터인데 아쉽다는 느낌입니다. 캐릭터가 단 두 권으로 끝내버리기엔 아까웠고...
  • LionHeart 2017/09/12 11:05 #

    나중에 또 쉐프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작가님께서 후기에 적으시긴 하셨는데...아르장과 록산느의 이야기를 다시 쓰시지는 않으시겠지요 -ㅁ-...
댓글 입력 영역


애드센스반응형

통계 위젯 (화이트)

3111043
7773
1199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