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여백
시작하자마자 호로가 관에 실려가는 일러스트가 나와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뭐야...작가님...사람 깜짝 놀라게 하지마세요...거짓말 조금 보태서 뒷 이야기 읽기가 너무 무서워서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원작 마지막 이야기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깨가 쏟아지는 모습이 흐뭇했습니다.
황금빛 기억
로렌스와 호로가 운영하는 여관을 찾은 이상한 손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짧은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과함이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안정감이 정말 좋네요.
늑대와 진흙투성이의 배웅하는 늑대
앞의 두 단편과 달리 원작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모험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오랫만에 부부 사기단(?)이 부활하여 인간이 아닌 자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세우고자 찾아온 늑대 두 마리를 돕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발상이 놀랍네요. 로렌스...정확히는 이야기를 자아내는 작가님의 상상력에 늘 감탄합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수명 차이로 인한 이별 문제를 두고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역자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수명 차이로 인한 이별에 대해서는 인간들에게서도 당연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저 또한 수 백년의 차이가 난다고 한들 호로와 로렌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한 쪽은 늙어가고 한 쪽은 그렇지 않은 것 아닐까 싶군요.
양피지와 낙서
주인공이 바뀌며 로렌스 일행과 함께 여행했던 콜과 로렌스와 호로의 딸 뮤리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만 봐서는 그저 귀여운 개구쟁이같은 느낌인데, 어머니와 같은 매력을 갖출 수 있으련지 기대되네요.
혼자 가서 사 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함께 가 주려나 보다.호로의 매력은 정말 어마어마하지요...말 그대로 로렌스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점이 정말 최고입니다. 게다가 늘 강한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약해질 때는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로 애처로워지니...이런 여성이라면 휘둘린다 한들 아무래도 상관없어질 것 같네요.
"...너의 그, 밀었다 당겼다 하는 재주에는 두려움이 인다."
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데, 왠지 이런 것을 무슨 상처럼 느끼게끔 만드니 호로는 대단하다.
마을에서는 다소 사치품이기에 자주 하지 않던 여우 목도리를 두르며 호로가 여봐란 듯이 미소 짓는다.
별점: ★★★★★
이번 18권에서도 10년이 넘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로렌스에게 장난을 치고, 애교를 부리고, 놀려 먹으며, 그의 일을 뒤에서 도와주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아...너무 달달하다 달달해...원작도 좋았지만 그들의 이후의 이야기를 이렇게 접할 수 있어 팬으로서 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하고 싶어졌어요.
다음 권은 딸내미 뮤리의 가출(?) 이야기를 다룬 '늑대와 양피지' 단행본이네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덧글
원작 완결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