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전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부터 제법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찜 목록에 계속 추가해둔 상태였습니다. 아무리 망했다고 해도 킬링타임으로는 좋을 것 같았고, 100주년 기념 영화였다면 그 수준에 맞게 내용은 별로라고 해도 눈은 즐겁겠지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기대대로였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말썽꾸러기 주인공의 활약
사고뭉치 백수인 알렉스 하퍼는 25살 생일날 술집에서 만난 여자에게 한 눈에 반하고, 형 스톤 하퍼의 명령과 그녀의 아버지가 해군 사령관 셰인 제독이라는 이유로 형을 따라 입대하게 됩니다. 그들은 하와이에서 림팩 훈련 도중 2005년 지구가 쏜 신호를 따라 온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고 지구 운명을 건 싸움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예상대로 전투는 시원시원합니다. 외계인이 광선총 들고 뿅뿅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함선과 싸우는 구도다보니 외계인도 그에 걸맞는 육중한 기계를 타고 등장하기 때문이죠. 독특한 무기로 인간의 무기를 하나하나 격파하는 모습도 흥미롭고, 평소에 보기 어려운 인간 함선의 전투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함포 사격의 시원시원한 소리는 제법 스트레스를 날려주더군요.
일본 때문에 불편한 한국인
하지만 몇몇 불편한 점이 남아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역시 일본인 이야기로군요. 최근에 세계 각국의 함선이 모이는 이벤트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욱일승천기가 아주 당당하게 나오고 미국과 일본인이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해지더군요. 역시 저도 한국인인가 봅니다.
너무나도 부족했던 외계인들의 이야기
외계인들은 정말 침공을 목적으로 온 것이었을까요? 하필 첫 조우한 지성체가 인간들 중에서도 싸움이 직업인 군인들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평소 생각없이 사는 사고뭉치 백수 주인공을 만난 탓에 지구가 위험에 처해진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물론 외계인도 다른 행성을 조사하러 가면서 우주 여행이 가능한 것 치고는 너무 단순한 무기들만 들고 왔다는 것도 이상하고, 평화 사절단의 입장으로 왔다라고 하기에는 외교에 능하지 못한 모습을 보입니다. 정말 다른 분이 리뷰하였듯이 지구를 찾은 외계인 전원이 공돌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업'에만 몰두하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그들은 뭐하러 지구에 온 것일까요? 어찌되었건간에 너무 인간중심, 정확히는 알렉스 하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편하게 전개하다보니 외계인 설정을 비롯한 작품 전체 전개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 같습니다.
정말 시간을 죽여버리고 싶고, SF나 전쟁영화에서 볼 수 있는 막 때려부수는 연출을 보고 싶다면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퇴역함까지 끌고 나올 정도로 미국 함선들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밀리터리에 관심있는 분들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게 된다면... 분명 이 영화를 즐겁게 보기는 힘드실 것입니다.
덧글
Orz
여튼 눈은 즐거운 영화였네요